김사영(영어교육과 박사과정)
김사영(영어교육과 박사과정)

하나.

눈에 막 뜨끈한 찜질팩을 올려 두었을 때, 대학신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경자를 위하여」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눈에 올려 두었던 찜질팩을 살짝 눌러 보았다. 눈에 다래끼가 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거울을 보니 다래끼 난 곳이 여전히 불그스름했다. 눈을 꼭 감았다 뜨자 통증 대신 간질간질한 느낌이 올라왔다. 

둘. 

처음엔 눈두덩이 근처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눈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을 때, 백발이 풍성한 노년의 여의사가 눈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처방을 내놓았다.

“하루 20분 이상 4번씩 3년동안 눈에 찜질을 하면 앞으로는 다래끼가 나지 않을 거예요.”

눈 안에 기름이 뭉친 채 굳어 있어 녹여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래끼를 째거나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찜질만 하면 된다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사의 단호한 표정에 인터넷으로 찜질팩을 주문했다. 그렇게 다래끼를 눈에 달고서 연초에 난생 처음으로 써보았던 단편소설을 고치기 시작했다. 등장인물도 바뀌고 이야기도 바뀌었다. 소설을 고치면서 틈틈이 눈에 찜질을 했다. 하루 4번 20분 이상. 작품을 완성했을 즈음 더이상 눈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셋.

노의사가 일러준 대로 한다고 해서 정말 앞으로는 다래끼가 나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금은 통증이 사라졌으니까. 올라오면 찜질하고를 반복하면 된다. 커트 보니것의 말마따나 ‘다 그런거지(so it goes).’ 다래끼도. 글쓰기도. 하루 4번 20분 이상. 경자를 위해 올 한 해 열심히 살아낸 모든 이들을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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