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국어교육과)
이진우(국어교육과)

「눈이 오고 있어요」를 쓰던 지난겨울에는 눈이 정말 오지 않았다. 아주아주 무르고 외로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던 나도, 설아와 연정과 같이 커피나 차를 마시며 언젠가 올 눈을 그렸다. 대학신문에서 전화를 받고 내가 쓴 인물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내가 그들을 섣부른 불행에 밀어넣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미안하다. 손을 맞잡고 나란히 서서 마침내 오는 눈을 맞는 설아와 연정이 덜 외롭고 더 따뜻하길 바란다.

거친 글을 고치는 동안 거듭 마음을 써 읽어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 사월이면 벚꽃이 환한 신림동 어딘가의 빌라에서 같이 살며 다시 못 올 다정한 시절을 내 안에 쌓아준 민지, 명지, 혜인에게 특히 고맙다. 기꺼이 가장 가까운 독자가 되어준 동현과 너에겐 재능이 많다고 응원해준 엄마아빠에게 사랑을 전한다. 

내 소설을 뒤늦게 읽고 엄마는 예전에 본 영화 〈가족의 탄생〉이 문득 기억났다고 말했다. 당시엔 당신에게 낯선 가족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가족의 다른 형태들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제대로 호명되지 못하는 많은 관계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썼기 때문에, 기뻤다. 

부족한 글을 격려해 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용기를 내서 계속 쓰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나로 만들어준 존경하는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다. 먼 데서 보이지 않게 안부를 타전하고 있다. 써낸 것이 써댄 것으로 느껴질 때면 입이 쓰고 마음이 까맣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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