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은 분석 텍스트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하되 자신의 사랑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문체, 논리, 형식 등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섬사람의 관계학 - 이원하론」은 시인의 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관계’, ‘사랑’, ‘기다림’ 등의 핵심어로 잘 읽어낸 깔끔한 글이다. 다만, 다른 평론가의 의견을 굳이 이렇게까지 비판해야 하는가. 문학에 대한 열정과 빛나는 재능을 가진 지원자가 이른바 ‘부정의 파토스’는 읽기와 쓰기의 동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성취는 될 수 없음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단단한 약자들의 대화법: ‘너’를 이해하기 위하여 - 김혜진론」은 제목대로 ‘작가론’인지 작품론인지 애매하다. 구성적인 일관성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장편 딸에 대하여 분석이 흥미롭고 계간지에 산발적으로 발표된 작가의 최신 단편까지 정리하려는 열의가 무척 갸륵하다.

「미행: 슬픔의 연인」은 이병률의 신작 시집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구조화된 형식이 없다. ‘이야기’, ‘산문성’, ‘지적 사기’ 등 각종 개념만 난무한 「산문예술 생존전략 - 문학으로서의 지적 사기」는 글의 주제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글쓰기를 향한 집념 같은 것은 또렷이 느껴진다.

두 편의 영화평론도 상당히 아쉬웠다. 「수많은 가능성과 사유의 모험으로서의 <벌집의 정령>: 들뢰즈의 영화론을 바탕으로」은 정리도 안 되었을뿐더러 들뢰즈 영화론 요약인지 <벌집의 정령> 분석인지 헷갈린다. 「지금도 잘 지냅니다 - <행복한 라짜로>와 네오리얼리즘」 역시 영화에 대한 관심에 비해 글쓰기 능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김연경 소설가, 강사(노어노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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