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약대(21동) 연구실에서 박정일 교수(약학과)를 만났다. 박 교수는 그간 서울대 약대 연구진과 함께 산삼을 개발해 2003년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에서 금상을 받는 등 분석약학을 응용한 천연물 의약품 연구에 이바지해왔다. 박 교수는 “졸업을 하는 것 같다”라며 정년을 맞이하는 소회를 밝혔다.

박정일 교수
박정일 교수

Q. 분석약학이라는 전공을 소개한다면?

A. 분석은 대상이 되는 물체의 성분을 표기된 대로 나눠 살펴보는 것으로, 어떤 물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검토하는 작업이다. 약학에서는 천연물을 바탕으로 초기 의약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의 출발점에 있는 것이 분석약학이다. 천연물로 만드는 생약의 구조를 파악해 약의 성분을 추출함으로써 의약품 개발의 시초가 되는 학문이다. 분석약학은 물질의 분포와 체내 흡수량 및 분포 구조를 탐구하기에 약학의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Q. 분석약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동기 자체는 굉장히 사소하다. 학창 시절에 기계 만지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런데 약대 전공 중에 분석약학이 기계를 가장 많이 다룬다는 것을 알고 흥미를 느꼈다. 분석약학에서는 대량 데이터를 활용한 약품 분석법과 같이, 최첨단 물리 현상을 이용해 약의 구조를 파악하는 새로운 기계와 방법론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런 점에 매력을 느꼈다.

Q. 천연의약품 개발에 힘써온 것으로 안다. 연구물을 소개한다면.

A. 분석약학을 하면서 주로 천연물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삼 연구를 많이 했다. 인삼은 3천여 년간 건강 관리의 ‘보증 수표’로 여겨져 왔다. 나의 관심사는 인삼의 약효를 극대화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있었다. 이때 선조들이 남긴 문헌을 참고해 오랜 시간 인삼을 달여 유기 용매를 추출했더니 기존 인삼보다 약효가 훨씬 강한 인삼을 만들 수 있었다. 후에는 이를 의약품 수준으로 개발했는데, 굉장히 뿌듯한 경험이었다. 재료에 어떻게 접근할지와 같은 사소한 생각의 변화로도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Q. 교육적으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A. 학부 3학년 시절, 약대에 ‘클래식 기타 합주단’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에게 기타 연주법을 전수하고, 같이 공연할 사람을 모집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교육적으로 가장 뿌듯하게 기억되는 순간 중 하나다. 교육자로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때 합주단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음악을 적극적으로 즐길 환경이 약대에 마련되지 않았을 것 같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어서 뜻깊었다.

박 교수는 정년 이후 베트남 등 다른 국가와 협력해 천연자원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를 떠나서도 학계 발전에 힘쓸 그의 여정을 기대해본다.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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