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관7(14동) 연구실에서 지난달 11일 송기호 교수(국사학과)를 만났다. 연구실 책장에는 그간의 연구를 보여주는 듯한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정년을 맞아 시원섭섭하다는 송 교수의 말에서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 없는 마음이 엿보였다.

송기호 교수
송기호 교수

 

Q. 국사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A. 고등학교 시절부터 타인이 잘 선택하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인생관이 확고했다. 그래서 남들이 많이 선호하지 않았던 국사학과에 진학했다. 진학 이후에도 발해사와 생활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온돌사(史)에 대한 책을 출간하는 등, 국사학계 내에서도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분야에 꾸준히 손을 댔다.

Q. 발해사를 연구하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은? 

A. 처음으로 발해사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국내 연구자가 거의 없었다. 발해는 만주, 연해주, 그리고 북한 지역에 걸쳐 있었기에 연구 자료를 국내에서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일본, 홍콩과 같은 주변국을 통해 자료를 구하고자 노력했다. 이렇듯 후대 학자들이 발해사를 연구할 토대를 개척한 것이 가장 인상 깊은 성과이자 순간으로 남아있다.

Q. 서울대 기록관장을 맡게 된 계기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A.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기록관장은 보통 근현대사 연구자가 맡는다. 나는 그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직무를 맡게 돼 처음에는 상당히 놀랐다. 기록관은 서울대의 역사를 보관하고 편찬하는 기관이다. 관장직을 맡던 당시 기록관은 설립된 지 약 반년밖에 되지 않아 관리 시설과 시스템이 미비했다. 그래서 직무를 수행할 동안 예산 기구와 시설 등을 확충해 기록관이 지속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보람찬 시간이었다.

Q.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걸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최근 인문학은 취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들 사이에서 더 기피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사회에서 인문학이 도맡을 역할이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인문학뿐 아니라 다른 순수 학문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대 내에서 남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는 비인기 분야도 조용하고 묵묵하게 연구하려는 학생들이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

송 교수는 정년 퇴임 이후 발해사 개설서와 한국사 연구법 저술에 힘쓰는 등 한국사 관련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지방에 마련한 연구실에 책을 옮겨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쓰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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