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시대에 지식의 본질을 탐구하다
지식의 시대에 지식의 본질을 탐구하다
  • 이의영 기자
  • 승인 2021.02.28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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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 | 『금지된 지식』

21세기는 지식의 시대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여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그것의 소중함을 쉽게 망각한다. 설상가상으로 지식이라 규정될 가치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정보가 화수분처럼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한들 지식을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지식은 지성의 산물인 동시에 역사 진보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태도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지식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인간의 발전을 추동할 수 있을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금지된 지식』은 인류 역사를 관통해 온 지식의 본질은 무엇인지, 인류가 지식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살핀다. 지식에 관한 금기의 시초는 기독교 성서의 창세기에서 시작된다. 신은 자신의 형상을 본 따 인간을 만들어 그 인간에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지식의 나무’에 매달린 과일을 먹지 말라는 명령 하나를 남긴다. 그러나 인간은 그 명령을 거역하고 영생을 박탈당한 채 고통의 굴레 속에 자리한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창세기에 기록된 ‘아담과 하와’의 신화다. 인간의 원죄에 대한 설명이라 이해되는 이 신화로부터 저자는 지식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을 도출한다.

호기심은 인간이 나무의 과실을 먹음으로써 이성의 육체를 얻고 성적 쾌락을 인식하도록 했다. 중세 시대에 이르러 이와 같은 호기심, 즉 지식을 갈망하는 욕구는 억압됐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성서에 기술된 육체의 탐욕을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로 이해해, 이를 단죄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하지만 억압은 인간의 본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는 계몽주의가 도래하면서 끝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역사에서 ‘금지된 지식’들은 수많은 단계를 거쳐 발전해왔다. 코페르니쿠스 혁명과 다윈의 연구가 그랬듯, 지식은 권력에 의해 은폐를 당하면서도 얼마간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세상에 공개된다.

이 책의 핵심은 그런 지식이 단지 세상에 공개됐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사회에 무조건 발전만 약속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지식은 때때로 인류에게 위협을 주기도 한다. 지식을 밝혀낸 자들은 온갖 수난을 견뎌야 했다.17세기에 탄생한 근대 과학은 당대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순결함을 상실했다. 전쟁과 경제 발전의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화학 무기가 그 증거라고 본다. 하버가 밝힌 암모니아 합성법은 집단 학살용 무기인 독가스 제조로 이어졌다.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 관계식 ‘E=mc2’는 방사능 원자 실험의 문을 열어, 핵무기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저자는 인류에게 주어지는 지식의 양면을 밝히면서, 지식의 대가를 견뎌내는 것 역시 인간의 과업이라고 말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현대 사회에서 지식의 지위를 분석하는 저자의 관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에 의하면 현대 사회에도 인류에게 감춰진 지식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현대인은 이 사실을 자주 잊는다. 인터넷이 발달한 이래로 무엇이든 검색하면 된다는 사고관이 만들어져 비밀에 부친 정보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진 데는 페이스북 활성화와 소셜 네트워크 발전이 큰 몫을 했다. 저자는 SNS의 일상화가 자신의 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사적 정보는 검색을 통해 쉽게 새어나가는 지식이 됐다.

또한 현대인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생활을 전시하면서도 이에 아무런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다. 저자는 현대인이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지만 이 상태를 오히려 즐기고 있다고 짚는다. 이는 인간이 혼자서 사유할 권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과학적 발전의 발판이 될 정도로 막강했던 사유의 힘이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지식으로 전락했다고 본다. 그 대가로 현대인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새장 속에 갇힌 처지가 됐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우리 세대가 새장을 박차고 나올 것인지, 혹은 새장 속에 머무른 채 안주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고 비유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저자는 이 격언이 인류 역사를 함축하는 표현이라고 여긴다. 인류 역사에서 지식은 인류에게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눈을 제공했다. 새로운 것을 인식하고 분석하게 된 인간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갔고 오늘날에도 이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원하는 지식을 즉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런 탓에 지식은 역설적으로 그 가치가 간과되기 쉬운 현실에 놓였다. 저자는 인류가 지금까지 지식에 의해 전개된 역사를 겪어 왔듯이 앞으로도 비슷한 과정을 되풀이하리라 예측한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자세는, 진부한 다짐일 수 있겠지만 지식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지식은 하나의 힘이다. 그 힘에 지배를 당할 것인지, 혹은 그 힘을 통제하며 지식을 효용 있게 활용할 것인지는 현대인인 우리의 태도에 달린 문제다.

(『금지된 지식』, 에른스트 페터 피셔, 408쪽, 다산북스, 2021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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