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계약학과인 푸드테크학과와 AI융합교육학과의 신설안이 학사위원회에서 최종 통과되면서 서울대의 계약학과 수가 7개에서 9개로 늘어났다. 계약학과란 교육기관(대학)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업체 등과 계약해 설치·운영하는 학과(부)로 크게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와 재교육형 계약학과로 분류된다. 계약학과는 산업체 등이 원하는 다양한 인력 수요에 대학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점차 커져 왔다. 

서울대 내 계약학과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08년 ‘서울대 계약에 의한 학과 규정’이 생기고 국제정책개발학과가 국제대학원에 처음 설치된 이래, 4개의 계약학과가 추가로 설치됐다. 그러다 작년과 올해 불과 2년 사이에 4개의 계약학과가 더 설치됐다. 특히 작년의 경우 학칙 개정으로 계약학과의 일반대학원 설치가 가능해지고 채용보장형 학과도 신설 가능해지는 등 계약학과 도입 및 운영 환경이 훨씬 유연해졌다. 이는 비단 서울대만의 일은 아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지난해 학교 최초의 기업연계형 학과인 반도체학과를 각각 설치했고, 경희대와 숭실대 등 대학 5곳도 계약학과를 신설했다. 교육부 역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상 육성사업’을 실시하며 계약학과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의 가속화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인력을 비교적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계약학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따르는 것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계약학과의 설치와 운영에는 잘 알려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교육형 계약학과 신설의 경우 교수들의 수업 증가와 관련 행정업무의 증가로 기존의 강의와 연구가 영향을 줄 수 있다. 학생들도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수업에 소홀해지기 쉽고 교수자도 책임감을 덜 느끼게 돼 수업이 느슨하게 운영될 우려가 크다. 취업연계형 계약학과 신설의 경우 계약을 맺은 기업체의 상황에 따라 매년 졸업생을 채용하는 데 있어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학이 기업을 위한 인력양성소에 머물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 계약학과가 늘어나고 시대적 추세에 따라 그 비중이 확장되는 경우 이 같은 문제들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학과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발맞춰 대학이 유동적으로 변화를 꾀할 좋은 수단이다. 사회와 산업 현장의 속도에 더욱 능숙히 따라갈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대학에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재정 지원과 취업에의 도움 등에만 주목해 계약학과를 급속도로 확장하는 흐름을 타는 순간, 되돌리기 힘든 문제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충분한 논의와 제도 정비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행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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