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정 강사(중어중문학과)
문수정 강사(중어중문학과)

3월은 한 해의 첫 번째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고, 봄을 기다리는 달이었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봄을 맞이하던 캠퍼스는 겨울방학 때의 풍경을 그대로 이어갔다. 같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봄이 온다든지 벚꽃이 핀다든지 등에 대해 얘기 나눌 겨를도 없이, 모두가 비대면 수업에 적응을 해가며 첫 학기를 마무리하고, 그 다음 학기 역시 비대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화면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일을 겪어보니, 수강생 전체와 강의자가 한 강의실에서 75분 동안 시간을 보내는 일은 단지 ‘같은 공간에 있음’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학기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수업담당 선생님들은 새 출석부를 챙겨서 학생들을 마주할 준비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15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매주 두 번 꼬박꼬박 만나게 될 새 이름들이 적힌 출석부. 아직 생소한 이름들이 적힌 출석부를 펼쳐서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얼굴을 확인하는 일은 학기 초반에 마주하는 설레는 일상이었다. 그렇게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 이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일이 반복되고 나면, 얼마의 시간이 지나 출석부의 이름만 봐도 학생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학생이 주로 앉는 자리가 어디인지까지 알 수 있게 돼 자동으로 시선을 보내서 눈을 마주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2020년도 두 학기는 비대면으로 수업을 했다. 내 담당 수업에서는 비대면 수업 수강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비디오 켤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수업 중에 비디오를 켜고 얼굴을 보여주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이름만 적힌 까만 화면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반 이상이었다. 그러자 학기마다 있었던 일상적인 ‘출석 부르기’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익히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그래도 수업 중에는 학생들이 음성 또는 채팅창 텍스트로 반응을 잘 보여주는 등 필요한 소통을 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학기를 보내고 나서 돌아보니 이전과는 다른 허전함이 밀려왔다. 보통은 학기가 끝나면 수업 들었던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거의 다 익혔는데, 지난 두 학기는 종강 후에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이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그나마 화면으로 얼굴을 보여줬던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은 또렷이 기억났지만,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학생들은 출석부에 적힌 이름 위에 그 얼굴들이 떠오르지 않는 일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분명 같은 시간에 실시간 수업 공간에 접속했던 것은 분명함에도 15주 동안 ‘함께’ 수업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만큼 학생들에게도 이 한 학기가 쉬이 스쳐지나간 시간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화상 강의실이 아닌 실제 강의실에서 우리는, 서로의 모든 움직임과 말소리를 함께 있는 사람들과 공유했었다. 눈을 마주치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눈빛이나 고개의 움직임 하나에도 소통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자세가 흐트러지면 ‘수업이 지루한가 보다’라며 분위기 전환을 하는 등의 변화를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주고받는 여러 가지 정보들이 비대면 수업에서는 하나 둘 삭제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같은 공간에 있었던 우리’의 기억마저 짤막한 편집본으로만 남은 듯했다.

이번 학기에서는 수업 듣는 학생들 모두에게 화면을 켜줄 것을 부탁했다. 작년에 느낀 허전함을 조금 줄여보고 싶어서였다. 다행히 학생들이 적극 동참해준 덕분에 지난 주 첫 수업 시간에는 많은 얼굴들을 하나하나 마주할 수 있었다. 아직 실제로 한 공간에 모일 수는 없지만, 서로의 표정과 이야기와 동작을 편안하게 보여주고 보면서 그나마 실제에 가깝게 시간을 공유했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봄이 왔다.

문수정 강사(중어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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