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 극우의 역사
혐오와 차별: 극우의 역사
  • 최지원 사회문화부 차장
  • 승인 2021.03.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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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서평 | 극우에 내재된 혐오와 차별, 그 기원과 발산에 관해

최근 극우 세력은 세계 곳곳에서 다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과 같은 극우 정당이 표를 얻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미국에서도 극우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음에도 미국 사회를 양분할 정도로 강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혐오와 차별, 그리고 극우 세력이 다시 인류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공포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과 카스 무데의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는 극우의 기원을 설명하는 동시에 현대인이 어떻게 극우 세력의 출범에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나의 투쟁』을 통해서는 극우의 원형인 나치당과 아돌프 히틀러의 사상을 들여다보며 그것이 어떻게 세력화돼 끝내 독일과 전 세계를 파멸로 몰고 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어서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는 나치 독일이 패망한 이후의 세상에서 어떻게 극우가 되살아났는지 고찰하는 동시에 극우 정치를 현대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극우의 탄생: 히틀러와 나치독일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의 저자 카스 무데에 따르면 극우 이념은 일반적 상황에서는 보편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환경에서는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게 되고 대중이 극우에 현혹될 가능성이 커진다. 히틀러가 『나의 투쟁』을 쓰며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던 1920년대의 독일은 극우가 성장하기 위한 조건인 정치·경제적 혼란이 모두 일어난 상황이었다.

1919년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베르사유조약에 따른 여러 문제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패전 책임을 지고 막대한 배상금을 갚기 위해 통화량을 대폭 늘린 결과 초고도 인플레이션이 유발돼 독일 경제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저자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독일 정부가 배상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프랑스는 독일 북서부 지방인 루르 지방을 점령했고 이 과정에서 독일인들의 민족적 자긍심이 짓밟혔다고 말한다.

독일에는 타개책이 필요했다. 히틀러와 나치당의 극우 이념은 그 해답으로 제시됐다. 『나의 투쟁』에서 히틀러는 ‘배후중상설’을 주장하며 제1차 세계 대전의 패전 책임을 유대인에게 떠넘긴다. 독일의 패배가 독일 내부에 잠식한 유대인 배신자들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독일인의 나라가 유대인에 의해서 패전의 멍에를 짊어지게 됐다”라는 히틀러의 주장은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감정이 만연했던 유럽 사회의 배경과 맞아떨어졌다. 수치스러운 패전의 기억을 잊고 싶었던 독일인들의 감정은 이런 상황에 녹아들었던 것이다.

카스 무데는 극우가 힘을 얻고, 체계를 갖는 과정에서 누가 이들을 지지하는지를 살핀다. 그는 극우 정당의 지지층이 백인 남성 노동자 계층에서 시작해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고 주장한다. 1920년대까지 나치당은 바이마르 일부 지역에서만 지지를 받던 군소 정당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력을 넓히면서 통념과는 달리 고학력자와 고소득층에게도 지지를 받기 시작해, 1933년 히틀러는 결국 바이마르 공화국의 수상이 된다.

당대 가장 민주적이었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법체계는 극우의 성장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민주적 정당성까지 부여했다. 이전까지는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겨지거나 이론적인 틀을 갖추지 않았던 나치즘도 이런 기세에 힘입어 차별과 혐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치적인 체계성을 갖게 된다. 

카스 무데는 혐오와 차별로 표상되는 극우 개념의 핵심 이데올로기가 차이와 위계질서를 찬양하는 ‘엘리트주의’라고 말한다. 이는 『나의 투쟁』의 근간이 되는 나치즘 사상의 핵심이다. 그의 설명대로 우생학을 비롯한 여러 차별적 사상이 혼란스럽게 얽힌 나치즘의 이론에서 히틀러는 민족주의적 구분을 꾀한다. 히틀러는 니체 철학의 ‘초인’(Übermensch) 개념과 대립하는 ‘열등 인간’(Untermensch) 개념을 도입해, 독일 민족과 다른 민족을 분리한다. 결과적으로 『나의 투쟁』에서 아리아인은 가장 우수한 민족이기에 세상을 지배할 당위를 부여받는 한편 유대인과 집시처럼 열등 인간으로 분류되는 인종 집단은 차별받아 마땅한 존재가 된다.

엘리트주의를 근간으로 한 극우 이념의 득세는 비극적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나의 투쟁』에서 히틀러는 엘리트주의를 이용해 차이와 위계질서를 공고히 했다. 그는 두 가지 논리를 전개하는데, 하나는 우수한 민족인 독일인이 전 세계를 지배할 발판이 될 동유럽으로 위세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유럽의 열등 인간들을 제국에서 완전히 축출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논리를 근거로 히틀러는 1941년 바르바로사 작전을 개시해 소련을 대대적으로 침공한다. 소련이 차지하고 있던 유럽의 영토를 전부 차지해 우수한 독일 민족이 살아갈 터전을 확보한다는 엘리트주의적 발상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 히틀러가 1942년 반제회의에서 ‘최종적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정상적인’ 독일인과 달리 ‘비정상적인’ 존재로 치부된 유대인,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등을 강제 수용소에서 말살한다. 위계질서를 수호한다는 목적 아래 열등 인간으로부터 우수 인간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절멸이 채택된 것이다. 히틀러가 부르짖었던 가치인 인종적 순수성을 지키겠다는 방안은 유례없는 학살극인 홀로코스트로 이어졌다. 혐오와 차별이 어떻게 파멸에 이용되는지 인류에게 각인된 사건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나치독일은 연합국에 패배한다. 영국과 미국처럼 연합국 진영에 있었던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다수결의 원리로 극우를 배격했다. 공산주의 진영 역시 극우를 제1의 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자유 진영과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들은 몰락의 순간까지도 혐오와 차별을 바탕으로 파괴를 자행했다. 나치의 붕괴가 확실시되는 시점이었던 1945년, 광기에 찬 히틀러는 독일인이 전쟁에 패배함으로써 열등 인간이 됐다며 군수 장관 알베르트 슈페어에게 독일 영토의 모든 것을 파괴하라고 명령한다. 극단으로 치달은 흑백 논리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극우의 현재와 미래: 우익 포퓰리즘

수천만의 목숨이 사라진 대량학살과 그 안에 내재한 차별과 혐오는 전후 인류에게도 커다란 충격으로 남는다. 전후의 공산 진영과 자유 진영을 막론한 모든 세계에서 파시즘과 극우는 금기시됐다. 학계에서도 우생학처럼 특정 인종을 우월하게 평가하는 과학 이론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하지만 냉전 시대를 지나 세계화의 바람이 불어오며 극우는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경이 허물어져 다른 민족이 유입되고, 저마다의 사람들이 가진 종교가 충돌하면서 극우는 다시 득세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경을 규제하는 장벽이 건설될 위기에 처했다. 유럽에서는 이슬람 이민자를 추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져 극우 정당의 득표수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카스 무데는 전 세계에서 배척받은 극우 세력이 정치의 주류 세력 중 하나로까지 부상 중이라는 사실을 포착한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서 ‘덴마크인민당’이나 ‘법과정의’ 등의 극우 계열 정당은 자국에서 가장 큰 정당으로 집권하기도 했다.

저자는 극우파가 ‘우익 포퓰리즘’이 돼 범죄·이민정책 등 사회 문제를 정치에 끌어온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극우 세력이 과거와는 다른 전법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주류 정당이 세금과 실업 문제처럼 일반적인 의제에만 주목해 왔지만 극우 정당은 이민 배척주의, 이슬람 혐오증,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 등을 다루며 ‘정체성 정치’*를 교묘하게 활용해 관심을 끈다. 우익 포퓰리즘 세력이 어떤 사건을 ‘정치화’하게 되면 주류 정당도 그들의 쟁점을 다뤄야만 한다. 우익 세력의 힘은 이렇게 커진다. 저자는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주류 정치로 편입되며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다수를 의미하는 ‘서민층 지지자’ 프레임을 얻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덧붙여 트럼프가 진보 언론에서도 환영을 받았다는 점을 논하며 우익 포퓰리즘 정책이 확대되는 상황을 경고한다.

다만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는 세계화의 진통으로 극우 세력이 일부 지역에서 떠오르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해석을 제시한다. 나치즘에 물들었던 20세기 초중반과 달리 21세기 사회의 이해관계는 다양하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극우가 주류로 거듭나지는 않으리라고 예측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각국의 민족적 정체성이 희석되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세계화가 비가역적으로 진행되면 미래에는 이를 거스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편을 극단적으로 가르는 우익 세력이 득세하지 못하리라는 견해다.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의 마지막 장에서, 카스 무데는 극우에 대응할 궁극적인 목표로 ‘자유민주주의의 강화’를 꼽는다. 결국 오늘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우리가 중시할 가치는 현대인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는 의지다. 흑백 논리로 민족과 인종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시민사회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모두를 포용해 나치즘과 같은 비극을 가져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정체성 정치: 공유되는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운동이자 사상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카스 무데, 권은하 옮김, 284쪽, 위즈덤하우스, 2021년 2월 26일)

 

<나의 투쟁>

(아돌프 히틀러, 이명성 옮김, 447쪽, 홍신문화사, 2006년 12월 10일)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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