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공정성 논란의 현재와 미래

현 정부 들어 공정성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5일(목) 아시아연구소(101동)에서 사회발전연구소가 ‘공정성, 지속가능성장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에는 발제자 4명과 토론자 4명 등 총 8명이 참여했고, 사전 질문과 유튜브 실시간 채팅을 통해 방청객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공정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공정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는 제각기 경쟁한 결과에 따라 합당한 보상을 받는 과정상의 공정을 중시하는 한편 누군가는 모두가 평등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결과상의 공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상응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는 △효율성 △호혜성 △평등이라는 세 요소로 공정성을 정의했다. 효율성은 누구나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능력주의적 사고에 기초한 것으로, 자유경쟁 시장의 영역에서 중시된다. 호혜성은 종교단체나 지역사회 등 집단에 속한 개개인이 상부상조의 원리에 따라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다. 평등은 주로 국가 정책과 관련되며, 누구든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는 일인일표제를 예로 들 수 있다.

공정이 능력주의적 관점에서 정의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고운 교수(경희대 사회학과)는 “특히 청년층에서 능력주의적 관점이 나타난다”라며 이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을 소위 ‘음서제’라고 비판하고 객관적인 점수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시험을 선호하는 등 경쟁력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능력주의적 공정함을 요구하는 것을 예시로 들었다. 박원호 교수(정치외교학부)는 “공정성에 대한 담론은 플라톤의 『국가』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최근 대두됐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면서도 “다만 최근 들어 평등보다는 시장주의적 효율성을 중시하며 국가가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공정성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말 불공정해졌을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문제가 촉발한 교육 불공정성 논란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최성수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교육 문제의 핵심이 불공정성’이라는 인식을 반박했다. 최 교수는 “가정 환경, 학교 성적, 사회적 성취 등 교육과 관련된 여러 요소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그런 주장에는 별다른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김종성 교수(경기대 교양학부)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 교수는 “교육 개혁은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면서도 “교육이 공정성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있을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교육이 공정성 위기를 불러왔다거나, 교육에서 공정성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임동균 교수(사회학과)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거진 공정성 문제의 원인을 심리적 요인에서 찾았다. 임 교수는 “작은 집 옆에 대궐 같은 집을 들어서게 하면, 그 작은 집은 오두막집으로 전락한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하며 상대적 박탈감이 공정성 문제를 심화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고운 교수는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온라인 공간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와 남성 도태를 지향한다’와 같은 극단적인 주장이 힘을 얻으며 세상이 더욱 불공정해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공정성 논란의 해답은

임동균 교수는 한국 사회가 궁극적으로 ‘평등함’이 아닌 ‘동등함’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서 해방돼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성수 교수는 다원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활동에 대한 보상을 시장에서의 경제적 능력으로 환원시키는 현재의 규범을, 다원적 가치에 대한 보상과 존중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성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지점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하상응 교수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정성은 없다”라며 “다양한 맥락과 상황에 맞게 이를 조절하고 협의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임동균 교수는 “불공정 완화를 위해 복지를 확충하고 사회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라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기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정시를 늘리고 수시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뀐 입시 제도에 대해 최성수 교수는 “단순히 공정성 담론에 맞게 교육 제도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선옥 작가도 “정책을 펴기에 앞서 성평등과 같은 모호한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공정성 담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이를 요구하는 주체인 청년층의 참여 방안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청년들이 제시한 공정성 담론을 계도나 시정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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