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론’으로 바라본 인간의 선택

김주현(행정대학원 박사과정)
김주현(행정대학원 박사과정)

필자는 2019년 2학기에 최종원 교수님(행정대학원)의 ‘정책과정이론’을 수강한 적이 있다. 교수님은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이 정책학 이론에 익숙해지고, 향후 이론과 학자의 이름을 인지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을 학습 목표로 제시하셨다. 교수님의 염원과 달리 당시에는 매주 제시간에 과제를 제출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끔 신문을 읽거나 사람들과 대화하며 수업 시간에 배웠던 이론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수강 당시 필자가 발표를 맡았던 논문은 Kahneman,D.&A.Tversky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1979)이었다. 동 논문의 부제는 ‘리스크 상황에서의 결정에 관한 분석’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이 내리는 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저자는 인간의 선택을 다양한 인지적 특성에 따른 결과로 이해하고, 기존의 기대효용이론을 대체하는 전망이론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교수와 대학생이 14개의 가상적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기대효용이론의 주요한 특성이 위반되는 현상과 각 대안의 평가와 판단에는 인간의 인지적 특성이 반영돼 있음을 확인했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확실한 것으로 인지되는 결과에 훨씬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특성이 있다. 긍정적 전망을 지닌 이익 영역에서는 개인의 위험 회피 성향이 발견되고 부정적 전망을 지닌 손실 영역에서는 위험 선호 성향이 발견된다. 즉 개인이 불확실한 상황을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인지하는지 부정적으로 인지하는지에 따라 개인이 위치한 영역이 결정되고, 그 영역에 따라 위험 선호 또는 위험 회피 성향을 따르게 된다. 독자들은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도박에서 지다가 결국 ‘올인’을 외치며 모든 판돈을 거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봐왔을 것이다. 이는 의사결정자가 부정적 전망에 따라 손실의 영역에서 위험 선호적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한 개인은 눈앞에 놓인 대안을 편집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재구성한다. 대안은 이익과 손실로 인지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의사결정자가 처한 상황이 준거점으로 작용함으로써 객관적 손익의 구분과는 차이가 발생한다. 준거점은 의사결정자의 모든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현재 상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준거점에 기반한 손익의 인지와 전망은 현실과 괴리가 발생한다. 따라서 의사결정자가 인지하고 있는 현재 상태와 준거점의 설정에 따라 손익의 전망은 변경될 수 있다.

전망이론에서 사용되는 ‘전망’은 결과의 가치에 결정가중치를 곱해 계산되는데 이때 결정가중치는 해당 사건이 발생할 확률에 영향을 받는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행태에 따르면 결정가중치는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은 경우에 높게 부여되고 확률이 높은 경우에 낮게 부여된다. 따라서 극히 낮은 확률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가능성 효과’가 나타나며,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로또다. 6개의 숫자를 조합하는 로또는 경우의 수가 8,145,060으로 당첨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로또 명당이라고 불리는 판매점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복권을 구매하는 것은 가능성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2017년 가상화폐의 시세가 치솟으면서 수많은 사람이 투자에 몰렸다. 이듬해 가상화폐의 시세가 급락했음에도 일부에서는 계속해서 가상화폐를 보유하거나 더 매입하기에 이르렀다. 아마 투자자들은 가치 재상승이라는 낮은 확률에 높은 결정가중치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한 상황에서 자신이 처한 영역을 손실로 인식하고 위험 선호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본 논고는 전망이론을 통해 불확실한 선택의 상황에 처한 개인의 행태를 소개하고자 했다. 본인이 위치한 영역과 눈앞에 놓인 대안을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독자 여러분들이 적어도 불리한 선택은 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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