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 편집장
박지민 편집장

‘샐러리캡’(Salary Cap)은 프로 스포츠에서 팀 연봉의 총액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 혹은 그 상한액을 일컫는다. 같은 리그에 속해있다고 해도 모든 팀의 자금력에는 차이가 있다. 선수 영입에 아낌없이 돈을 쓸 수 있는 팀이 있는 한편, 어떤 팀은 여유 자금이 없어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샐러리캡의 가장 큰 목적은 자금력의 차이가 전력의 차이로 직결되는 것을 줄이는 데 있다. 요컨대 샐러리캡은 ‘슈퍼팀’의 탄생을 방지하고 리그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1970년대 중후반, 프로 스포츠 시장의 몸집이 커짐과 동시에 선수들의 몸값도 급등했다. 과열된 선수 영입 경쟁으로 파산에까지 이르는 팀이 생겨나자 1980년대 미국 스포츠 리그를 중심으로 샐러리캡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NBA에서 선수들은 샐러리캡의 한계를 벗어나 슈퍼팀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연봉을 깎으면 된다. 이런 ‘페이컷’(Pay Cut)은 과거에도 왕왕 일어났지만, 2010년 여름 이후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슈퍼스타인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가 ‘마이애미 히트’에서 함께 뛰게 된 것이다. 이들은 맥시멈 샐러리(연차에 따라 샐러리캡의 25~35%)를 받을 것이 확실시됐지만, 르브론과 보쉬는 연평균 250만 달러, 웨이드는 300만 달러를 덜 받기로 합의했다. 이 덕에 마이애미는 준수한 조각들을 영입할 수 있었고, 셋이 뭉친 네 시즌 내내 NBA 파이널에 올라 두 번의 우승을 따냈다.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한 명인 케빈 듀란트도 2017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최대 3,450만 달러 계약을 맺을 수 있었지만, 950만 달러 적은 2,500만에 달러 계약을 맺었다. 듀란트가 한화로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포기한 결과, 워리어스는 전 시즌에 이어 트로피를 들었다.

페이컷은 본질적으로 개인적 선택의 영역이다. 우승과 돈을 견줘 무엇이 선수 본인에게 더 가치 있는지 선택하는 것이다. 위 선수들은 전자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을 따름이다. 책임도 본인에게 있다. 연봉을 깎아 슈퍼팀을 꾸렸지만 우승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돈을 환급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페이컷이 스포츠 팬 사이에서 논란이 대상이 되는 이유는 뭘까. 샐러리캡의 ‘균형 유지’라는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점이 가장 먼저 지적된다. 슈퍼스타들이 너도나도 연봉을 깎아 한 팀에 모인다면, 그 팀의 팬들은 매 경기가 재밌겠지만 다른 팀의 팬들은 소위 ‘팬질 할 맛 안 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리그 흥행과 지속성 자체가 저해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결국 슈퍼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또 다른 슈퍼팀이 필요해진다. 지금의 NBA가 이 상황이다. 우승권 팀의 구성은 ‘두 세 명의 스타 플레이어’ + ‘그를 보조할 롤플레이어’로 공식화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페이컷 자체가 리그의 경향이 돼버린다는 점이다. 사실 슈퍼스타들에게 연봉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르브론은 2009년에만 4,00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250만 달러 정도는 충분히 포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가 아닌 선수들에게 이런 흐름은 가혹하다. 프론트와 팬들은 우승을 위해 주축이 아닌 선수들에게도 연봉을 줄이라고 요구한다. 페이컷이 개인적 선택의 영역에서 사회적 강요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프로 스포츠의 가장 큰 미덕은 ‘승리’가 맞다. 하지만 스타 선수들의 우승을 향한 순수한 갈망이 선수 전체의 복지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 페이컷을 ‘꼼수’라며 비판하는 이유다.

최근 국내에서도 페이컷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김연경이 V-리그로 복귀하면서 지난해보다 70% 감소한 3억 5천만 원의 연봉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후배들을 위해 연봉을 깎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미담이 됐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스타 선수들은 액수가 어떻든 의도가 무엇이든 본인의 페이컷이 리그 전체에 큰 파급 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명확한 답이 없는 문제지만 이런 토론을 하는 것도 스포츠 팬으로서의 재미 중 하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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