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아시아 국가의 코로나19백신의 정치경제: 현황과 이슈

2월 26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접종이 시작됐다. 백신 문제가 의학의 범주를 넘어 정부 정책과 국제적 협력의 영역까지 확장된 상황에서, 아시아 각국의 동향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지역정보센터와 동북아센터는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관한 이슈를 살펴보고, 백신 민족주의와 백신 외교를 넘어서는 보건 의료 국제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아시아 국가의 코로나19 백신의 정치경제: 현황과 이슈’를 주제로 온라인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5명의 연사가 참여한 이번 학술대회는 3부(△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알아야 할 사실들 △각국의 백신 접종 현황 △백신을 둘러싼 경쟁과 협력)로 구성됐다.

◇ 백신은 우리의 일상을 돌려줄까?=학술대회는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현황과 계획에 관한 논의로 시작됐다. 감염을 통한 면역 형성 비율이 타국보다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에 도달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백신 접종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타국과 동일한 수준의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정재훈 교수(가천대 의학과)는 “백신 접종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도리어 방역에는 악영향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의 종식은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이 완전히 통제되는 형태가 아니라 백신 접종을 통해 방역이 실질적으로 불필요해지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허정원 박사(아시아연구소)는 아시아 국가들의 백신 접종에 관한 핵심 이슈로 △물량의 부족 △접종에 대한 주저 △공급의 불평등 △운송의 어려움을 꼽았다. 특히 허 박사는 종교적 이유와 가짜 뉴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 등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백신이 우리를 일상으로 돌려줄 수 있나?’라는 물음에 “백신 접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평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아시아 국가의 백신: 현황과 과제=이어 필리핀, 대만, 인도 및 싱가포르 현지 연구자인 △아도르 토네오 교수(필리핀 드 라살대 정치학과) △왕 위안춘 교수(대만 중앙경찰대 경찰행정학과) △인도 옵서버 리서치재단 니라잔 사후 선임연구원 △김수진 교수(싱가포르 난양 공과대 공공정책·국제통상학과)의 원탁 토론이 이어졌다. 이들은 각국의 백신 접종 현황과 이슈를 논했다.

필리핀은 2월 28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소속 국가 중 마지막으로 백신을 공급받았다. 정부가 제공하는 백신은 지방 자치 단체의 백신 접종 센터가 분배·관리할 예정이며, 의료진과 노년층을 우선으로 4,500소의 접종 센터가 지점별로 일 최소 100인분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토네오 교수는 “필리핀 국민들은 미국 제조 백신에 대해 매우 높은 신뢰도를 보이는 데 반해 중국 제조 백신에 대해서는 저조한 신뢰도를 보인다”라며 “백신 접종 거부 사유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라는 점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 역시 이와 상통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왕 교수는 누적 확진자 수가 1,000여 명인 대만의 백신 접종 및 개발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대만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을 접종 승인했고, 지난달 22일부터 의료진에 우선 접종했다. 왕 교수는 “대만은 독자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결정했는데, 확진자 수가 적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을 진행할 수 없어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6만여 명으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겪고 있는 인도 역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이에 사후 연구원은 인도 정부가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후 연구원은 “현재 인도 정부가 50대 이상의 인구를 우선으로 대규모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라면서도 “국민의 75%가 접종받기 위해서는 약 2.4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점쳤다. 한편 지난해 12월 30일 의료진 우선으로 접종을 시작한 싱가포르는 3종의 백신(△화이자 △모더나 △시노백)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진 교수는 지난달 21일 기준 전 국민의 18.96%가 백신을 접종한 상태라고 밝혔다. 

◇ 백신 접종 이후 국제사회의 목표는=이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제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김재형 교수(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는 “백신은 다양한 사회·정치·문화적 요인에 의해 인식되고 그에 따른 대응이 집단별로 달라진다”라고 백신의 정치화 양상을 분석했다. 그는 백신에 관한 논쟁이 음모론이나 경쟁의 수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수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서정경 객원연구원(아시아연구소)은 중국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수용 과정에서 겪은 변화와 중국의 백신 외교를 되짚었다. 그는 규범·가치·표준을 둘러싼 미중 경쟁의 심화를 전망하며 “한국과 ASEAN의 유대를 강화해 지역 거버넌스 차원의 역량을 구축하고, 향후 미중 간의 선택 강요에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김순애 박사 또한 국제사회는 △장기적 협력 △취약한 집단을 위한 건강 형평성 △공중보건 확충 및 공공재 확보 △보건체계 강화 △인수공통감염병과 원 헬스*에 대한 접근 △건강의 보편적 보장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끝 무렵 허정원 박사는 코로나19를 ‘협력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는 전염병’이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사태 종식 이후에도 정치와 외교 분야에서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원 헬스(One Health): 사람, 동물, 생태계 간 연계로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 상태를 보장하기 위한 다학제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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