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의 동북아 무역 : 견제와 경쟁 사이에서
바이든 시대의 동북아 무역 : 견제와 경쟁 사이에서
  • 김규희 뉴미디어부장,이소현 사회문화부장,구효주 기자
  • 승인 2021.04.0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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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2021 대학신문 주최 한미일 국제 학생 토론회

지난 1월 20일, 조 바이든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사에서 “통합 없이는 어떤 평화도 없다”라고 말하며 국제사회와의 단합을 중시해 주변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다자주의 무역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기조가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라지면서 동북아시아 지역 정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학신문』은 지난달 21일 ‘2021 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 주최 한미일 국제 학생 토론회-견제와 경쟁 사이에서: 바이든 시대 동북아 무역의 향방’(Facing the New Wave: Direction of Northeast Asia Trade in the Era of Biden)을 개최해, 한미일 교수진 및 학생 패널들과 함께 바이든 시대의 동북아시아 국제 무역과 패권 경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트럼프 정부의 유산, 미중 갈등의 뿌리

토론회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바이든 시대의 미중 관계와 무역 정책의 향방’이었다. 바이든 정부가 동북아 무역 정책을 재정비하고 있는 현재, 패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미중 갈등을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이미 남중국해 영해 분쟁·무역 갈등 등으로 중국과 대치하던 와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범유행이 시작되자 양국의 갈등은 급속도로 커졌다. 코로나19 범유행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확산의 책임 소재를 중국에 돌리거나, 자국의 기업을 중국에서 철수시키고 각종 외교 정책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전략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렉 브레진스키 교수(미국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과)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미중 관계가 더 나빠졌다”라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필연적으로 넘겨받은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교수진 패널들은 미중 갈등의 일차적 원인이 트럼프 정부의 ‘프레임 씌우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 집권 당시 제조업 분야의 실업률이 증가하자 그 원인을 중국에 돌리기 위해 비난 여론을 조성했다는 의견이다. 이나경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제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던 동시에 제조업 공장들이 자동화 공정을 빠르게 도입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실업의 원인이 중국의 인위적 수출 확대와 같은 불공정한 무역 정책에 있다고 강조했다”라고 주장했다. 국제 무역의 논리에 따르면 각 나라가 가진 산업 경쟁력에 따라 분야별로 비교우위가 결정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임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 원인을 단순히 중국에 돌리려는 ‘정치적 술수’를 펼쳤다는 주장이다. 이나경 교수는 “미국 언론과 대중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개 부정적인 편이기에, 바이든 시대에서도 여론이 단번에 바뀌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에 지나치게 적대적인 현 미국 양당 의원들의 태도가 본질적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만한 영향력을 갖춘 지금에 와서도, 미 의회는 여전히 중국을 타협이 아닌 감시와 견제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로버트 셔터 교수(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과)는 “공화당과 민주당은 중국에 대한 위협을 느끼면서 중국과의 무역 정책을 수립할 때 항상 강경 노선을 선택했다”라며 “의회는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패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중국의 위세를 꺾어야 한다는 긴박감에 휩싸여 중국을 견제하는 데만 치중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셔터 교수는 “특히 현재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라며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호의적인 정책을 내놓는다면 언제든 그를 정치적으로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교수진 패널은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서 미중 관계가 지금보다는 개선될 것이라고 점쳤다. 마일즈 캐롤 교수(일본 오차노미즈대 인문과학부)는 “미중 관계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접근법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체계적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제조업 부문 실업률이 증가한 궁극적인 이유가 미국 내부의 변화에 있었던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실제로 중국의 잘못이 아닌 사안에 중국을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셔터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처럼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사안도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중도적인 전략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쉽게 협상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태도로 인해 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한 앞날이 험난하리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브레진스키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향해 국영 기업에 대한 지나친 우대로 공평한 경쟁을 막는 상황을 해결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화웨이’나 ‘텐센트’와 같은 중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벌이는 기업 활동을 규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셔터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영역에서 절대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도 결국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 연합해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질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타협의 정치, 다자주의 무역

주변국을 향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는 ‘타협’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그간 중국이 자유주의 무역 체제를 유지한 국가들에 징벌적 관세 부과·수출 규제·투자 제한과 같은 보복성 경제 정책을 시행하자 이에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바이든 시대에 이르러서도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주변국과 연대해 견제하겠다는 다소 온건한 대응 방식으로 방향성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셔터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언제나 중간 지점을 찾아 각국과 타협하려고 한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정부 인사들을 만나 한미일간 무역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각국의 이익을 수호할 수 있다는 논리로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타협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다자주의’ 무역 체계를 제시했다. 한상현 씨(정치외교학부 석사과정)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다자주의와 협력을 중시한다는 사실에 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나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를 개혁하면서도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행정 명령을 내린 상태이므로, 우방국들과의 국제 협력체를 구상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라고 논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무역 체계 구상에 대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이 화두에 올랐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일본의 주도 아래 캐나다·호주 등 11개국이 역내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등 상호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추진됐다.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 무역을 내세워 CPTPP 탈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미국은 협약국에서 제외됐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지향하는 무역의 방향성이 다자주의로 굳어지자,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CPTPP 재가입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패널들은 CPTPP로의 복귀와 관련해 미국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협약을 주도하는 국가인 일본을 거론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미국이 CPTPP에 가입해 중국의 경제 위협에 같이 대응하기를 원했던 만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집권한 현시점에서도 미국과 힘을 합치는 일에 긍정적으로 임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토 고 교수(일본 메이지대 정치학과)는 “중국이 CPTPP 가입에 관심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일본은 중국의 가입을 ‘무임승차’로 해석할 수 있고 이를 저지하고자 CPTPP를 계기로 미국과 동맹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캐롤 교수는 “일본은 현재 CPTPP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가”라며 “미국이 협정에 재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일본과 제대로 된 협상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CPTPP에 가입하지 않은 한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CPTPP에 합류해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지나 씨(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과)는 “한국이 CPTPP에 가입한다면 교역국 수를 늘림으로써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경우를 대비할 무역 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라며 “한국은 이미 세계의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상황이므로 CPTPP에 가입한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로부터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CPTPP를 비롯한 인도-태평양이나 아시아-태평양 관련 협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난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 세기 전 일본 제국이 조선을 식민 통치했던 역사가 현재 한일관계에도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관료들이 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과거 역사에서 기인한 감정적 골과 분리해 접근하는 정책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일본이 역사 수정주의를 강조하면서 과거의 식민 지배를 합당한 통치라 미화하려는 행보를 보이자, 한국이 일제강점기 당시 ‘한민족’이 감내해야 했던 폭력을 언급하며 대치하는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가 양국의 갈등을 직접 중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브레진스키 교수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로부터 야기된 한국과 일본 간 갈등에 휘말리는 것을 기피해 왔고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라며 “미국은 계속해서 한국에 역사적 쟁점보다 안보 문제에 집중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한국 행정부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본질적인 목표는 여전히 중국 견제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를 고려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다자주의 무역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기 때문이다. 이나경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 직위를 맡았기에, 바이든의 대중 무역 정책이 오바마 정부가 지향했던 ‘협력’이라는 방향성에 부합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라면서도 “오바마 행정부도 아시아 국가들과 TPP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했기에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보다 강도만 다소 약해졌을 뿐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본질적인 목표는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역설했다. 데인 피한 씨(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학과 석사과정)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연합해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세를 저지할 힘을 갖추는 것”이라고 논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 경쟁을 다자주의 협력으로 풀어나가는 정책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국제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가치관 외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미성 씨(정치외교학부·19)는 “한국과 일본이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가치를 미국과 공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가치들이 어떻게 협약에서 실현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라며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가 어떻게 한국·미국·일본 간 동맹을 이어주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우리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논했다. 이에 미국의 정책 방향성이 민주적 가치를 전파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으므로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매개로 미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피한 씨는 “미국은 동남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로 나아가도록 지원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이때 일본을 신(新)남방정책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협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중심, 첨단 산업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무역 기조가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발휘하는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에 근간을 두고 있는 만큼, 이 기조를 바탕으로 현재 미중 관계를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인 기술 분야의 경쟁 역시 면밀하게 분석돼야 한다. 토론회는 ‘중국과의 기술·산업 패권 경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눴다. 각국 패널은 특정 국가가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면 해당 산업의 주도권을 손에 쥐면서도 이에 결부된 안보 문제에도 개입할 수단을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캐롤 교수는 “중국의 첨단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고, 이것이 세계 경제와 안보 분야에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인지했기에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더 조심스러운 접근을 취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덧붙여 그는 “미국은 중국과 기술 분야에서 경쟁하는 동안 자국의 기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술 패권 경쟁 구도에서 특히 5G 기술과 이를 활용한 화웨이 장비의 공급은 트럼프 행정부 이래로 중국과의 대립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한상현 씨는 “경제와 안보 영역이 얽혀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첨단 산업 분야가 더 중요해졌다”라고 논했다. 지난 24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 연설에서 중국의 5G 기술과 장비는 미국에 안보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5G 산업은 개인정보 보안과 지식 재산권 침해 문제에 깊게 얽혀 있다. 연다정 씨(행정대학원 석사과정)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공정한 무역을 개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향후 지식재산권 문제를 다룰 때도 접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캐롤 교수는 “기술 경쟁에 깔린 미국의 기조는 매우 전략적인 관점에서 중국과의 협력과 경쟁의 가능성을 계산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5G 기술에 걸려 있는 보안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우려감을 해소하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관련 사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대화를 나눠야 한다”라며 “개인정보·특허·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투명하고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과 기술 분야의 협력을 도모하면서도 자체적으로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맞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캐롤 교수는 “미국이 5G,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등 중국에 뒤처진 분야를 따라잡을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상현 씨 역시 “최근 미국 정부는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과 인공지능 개발에 힘쓸 필요를 인식하고 있다”라며 “국내 연구개발과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정부가 주도적으로 첨단 기기의 국제 공급망을 구축해 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가 어떤 나라와 국제 공급망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캐롤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에 따라 미국은 일본·한국·대만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동맹을 강화해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동북아 국가 중심의 다자주의를 추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있어 한국과 일본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점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반도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10.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다정 씨는 “5G 산업이 계속 확대되고 미국이 첨단 분야에서 주변국과 협력 관계를 꾸준히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미국과의 교역을 늘려 국내 반도체 산업을 급속도로 발전시킬 수 있다”라고 낙관했다. 캐롤 교수는 “미국과 일본이 관련된 양자 협정을 맺을 수도 있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 일본의 경제 체제는 국가 주도의 모델에서 벗어난 상태이므로 향후 일본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느냐에 따라 양국의 관계도 달라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일부 패널은 미국이 첨단 기술 산업에서 한국·일본·대만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이유가 공급망을 독자적으로 구성해 중국에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첨단 산업을 키워가는 현재 상황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인 ‘쿼드’(QUAD)* 체제로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환 씨(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국제관계학과)는 “미국은 이미 호주의 희토류 회사와 계약을 맺어 텍사스에 관련 시설을 건설 중이다”라며 “호주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한다면 독주하는 중국을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로의 전환은 이전의 자유 무역 체제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국제사회에 가져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쌓아놓은 정책 기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갈등 양상이 고조되고 있는 미중 관계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는 바이든 행정부 앞에 남겨진 과제다. 미국은 일방적인 ‘중국 때리기’에서 벗어나 무역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이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미국은 CPTPP로의 복귀 논의·쿼드와의 협력·가치관 외교를 동원해 세계 무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국과 일본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각국의 이익을 증진할 것인지도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에서 주목되는 지점이다. 

세계 무역의 이정표는 어디를 향하는가. 국제사회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져올 변화의 물결이 어떠한 파문을 가져올 것인지, 모두가 만족할 ‘지속 가능한 파도’를 탈 방안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쿼드(QUAD): 4개국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약칭.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이 국제 안보에 대해 논의하는 정상 회담.

 

삽화·인포그래픽: 김규희 뉴미디어부장 salgu@snu.ac.kr 

레이아웃: 양수연 기자 didtndus01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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