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의 변화, 지상파 중간광고
48년 만의 변화, 지상파 중간광고
  • 김예서
  • 승인 2021.04.11 0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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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지상파 중간광고를 둘러싼 논쟁을 파헤치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통해 방송광고 제도 관련 ‘방송법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케이블 TV·종합편성채널(종편)에 한정됐던 ‘중간광고’가 지상파 방송에 도입된다. 중간광고란 방송 프로그램 진행 도중에 삽입되는 광고로, 1973년 방송법 개정 이후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는 금지돼왔다. 이번 방통위의 개정안이 지상파 방송의 특혜를 강화하는 것인지, 차별적 규제를 개선해 공정성을 높이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대학신문』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둘러싼 논쟁과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봤다. 

중간광고 정책의 변화

중간광고 전면 허용은 많은 정권에서 논의돼왔지만 번번이 좌절돼 ‘방송 정책의 숙원’으로 불린다. 2003년 방송위원회는 중간광고 정책을 개선하려 했으나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지상파의 독과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조치라는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에도 관련 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국민 우롱’ ‘정권 말 졸속 결정’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저항했다.

2016년부터 지상파 방송사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눠 그 사이에 분리편성광고(PCM)*를 송출했다. 중간광고의 편법적 형태인 PCM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가 지금까지 취한 이익은 대략 3,000억 원에 달한다. 황장선 교수(중앙대 광고홍보학과)는 “PCM은 극의 흐름과 무관하게 분량상 중간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영상을 끊어 시청을 방해한다”라며 “1부와 2부를 안내하는 화면이 등장해 중간광고보다 더 큰 불편을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규제하는 법적 근거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PCM은 국민들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훼손해왔다. 

유사 중간광고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던 중, 최근 방통위는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해 매체 간 차등적 규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상파의 중간광고는 케이블 TV·종편과 똑같이 45~60분 길이의 영상물은 1회, 60~90분 길이의 영상물은 2회 등 30분마다 1회씩, 각 1분 이내로 한 영상물 내에서 총 6회 허용된다. 

특혜인가 공정인가?

정부 발표 이후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은 해당 조치가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지상파에 주는 선물’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독점하는 지상파 방송이 중간광고를 통해 수익을 취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상파의 중간광고가 신문 업계를 위축시켜 미디어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시청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지난 1일(목) 방통위는 이번 조치가 “동일한 매체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방송의 규제 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며 “지상파에 대한 특혜로 해석될 수 없다”라는 입장문을 추가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 역시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가 변화한 방송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임을 지적하며 방통위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황장선 교수는 “극소수 시청자만이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지상파 방송 또한 케이블 TV와 동일한 네트워크 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는 추세다”라며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한 부당한 사익 추구라는 이유로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논란과 달리 중간광고가 시청권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희복 교수(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는 “시청자들은 이미 케이블 TV·종편의 중간광고 및 지상파의 유사 중간광고에 익숙하다”라며 “특히 광고 시청이 필수적인 유튜브 등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광고 수용률이 높아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불편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상파와 신문이 경쟁 관계가 아니며 신문업계 위축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황장선 교수는 “지상파의 경쟁자는 같은 매체를 이용하는 케이블 TV”라며 “지상파의 중간광고로 신문 업계가 힘들어진다는 주장은 신문사가 자신이 소유한 종편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의심을 사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윤석민 교수(언론정보학과) 역시 “현재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상파가 아닌 포털 사이트”라며 “지상파의 광고 정책이 신문 업계에 입히는 타격은 극히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간광고 논쟁이 남긴 과제

일각에서는 중간광고 전면화가 결국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상파의 영향력이 약화된 현 상황에서 차별적 규제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희복 교수는 “이제 지상파 방송은 낡은 ‘레거시 미디어’로 밀려났다”라며 “OTT 서비스*와 SNS의 영향으로 지상파의 광고비는 10년 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라고 짚었다. 이처럼 정부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지상파 방송사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한편 중간광고를 논의하는 범주가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규섭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해당 논의는 지상파 대 비지상파가 아니라 공영 방송과 상업 방송이라는 분류 하에서 진행돼야 한다”라며 “공영 방송의 특성과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룬 후, 공영 방송이 수신료 및 중간광고를 통해 이익을 이중으로 취하는 실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방통위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후 2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사후 규제를 통해 개정안 적용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황장선 교수는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이 선택할 대안이 많다”라며 “지상파가 중간광고를 남용할 경우 시청자들이 다른 매체로 발걸음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국이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희복 교수는 “지상파 방송국은 미디어를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면 안 된다”라며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 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중간광고 전면 허용과 관련해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지만, 변화한 방송 환경에서 차별적 규제의 철폐는 불가피한 처사로 보인다. 정부가 예상되는 문제에 대비해 사후 규제를 마련하고 지상파가 이에 발맞춰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때 이번 개정안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방송계의 현 상황을 짚고 장기적인 미디어 정책을 수립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분리편성광고(PCM): Premium Commercial Message를 가리키는 말로, 분할된 방송 프로그램 사이에 송출되는 광고를 의미한다. 

*OTT 서비스: Over The Top의 준말로,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유튜브·넷플릭스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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