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가 무의미하다는 말이 최근 많이 나온다. 특히 총학생회(총학)를 경험하지 않은 학번이 어느덧 총학을 대행하게 된 지금 총학에 대한 인상은 더 흐려졌다. 총학은 학생을 대표하는 의견을 결정하며 이를 위해 매주 회의를 진행한다. 반면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에서는 학생 의견을 대표할 자격도, 여력도 많은 방면에서 부족하다. 전체 학우의 투표로 출범하지 않았으며, 연석회의를 구성하는 모든 연운위원은 자신이 대표하는 단과대의 책무도 맡기 때문이다. 총학이라면 공약 사업도 존재하고 많은 학우의 의견을 능동적으로 정립할 수 있겠으나 연석회의는 그보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있던 시절에는 안건 상정이 주로 총학 명의 메일로 온 안건 안에서만 진행됐으며 상향식 의사결정으로 진행된 활동은 거의 없었다.

이는 총학에 관심 없는 집단의 의견을 수치로 해석할 방법은 총학에게 없다는 점과 맞물린다. 학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인지해도 안건지 형태로 구체화되지 않으면 상술한 문제로 논의 시작 자체가 어렵다. 중앙집행위원회마저도 최근 가용 인원이 적어 필수 사업 외에는 따로 진행할 여건이 아니다. 안건 방향성은 공감하나 세부 조정이 필요해 단번에 의결이 어려우면, 성명을 내기에는 수정할 점이 많으면, 안건에 각 단과대 운영위원회를 거쳐 추가로 학우 의견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면 이를 보충하고자 추가로 시간을 가져 논의가 한 주 한 주 미뤄지기도 한다. 안건으로 꾸준히 요구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의 목소리 크기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도 크다.

연석회의가 대신하는 학생회의 역할에는 학교를 향한 의견 전달, 학생 지원 등 대표성 없이는 어려운 활동이 분명 있다. 이런 활동은 동시에 많은 피드백 없이는 진행이 어렵다. 참여가 적을수록 다양성이 소실돼 조직이 고이고, 유사한 의견으로 서로 강화돼 고착화하기도 쉽다. 학생회와 학생사회는 동떨어질 수 없음에도 의제를 선도한다는 의식에 매몰돼 학생과 멀어져 본질을 잃기도 쉽다. 학생회에 요구하는 일은 일정한데 학생회에 애착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점점 줄고 책임은 더욱 막중해져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학생회는 항상 사람이 필요하다.

만일 학생회에 개인적 유익이 있다면 지금보다 많은 관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판점이 많다면 더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해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사회가, 그에 발맞춰 가는 학생회가 되길 꿈꾼다. 모두가 더 나은 서울대 모습을 그리는 존재가 아닌가.

최봉수

치의학대학원 학사과정·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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