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교수(재료공학부)
김기범 교수(재료공학부)

지난달 15일 신소재공동연구소(131동)에서 김기범 교수(재료공학부)를 만났다. 김 교수는 한국의 과학 기술, 특히 나노 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퇴임 이후에도 관련 분야에서 일할 것이라고 밝히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Q. 나노 분야의 매력은 무엇인가?

A. 나노 기술은 말 그대로 물질을 나노미터(nm) 크기로 바꾸는 것이다. 물질을 작게 자르다 보면 물질의 새로운 특성을 유도할 수 있다. 똑같은 양의 물질도 작게 자를수록 표면적이 넓어져 촉매 현상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를 통해 나노미터 단위의 입자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분석할 수도 있다. 나노 기술 덕에 응용 분야가 매우 확장되는 셈이다. 단순히 작게 자르는 것만으로도 인류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것이 나노 기술의 매력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A. 첫 번째는 내가 처음으로 작성한 논문이다. 1987년쯤에 이론적으로 쓴 논문인데, 이것이 『Electronic Materials Science』라는 책에 실렸다. 학자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내가 만든 이론이나 발견한 현상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 최초로 ‘질화탄탈륨(TaN)’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이 물질은 전 세계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내가 개발한 물질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마지막은 국가의 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한 일이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학 발전이 뒤처져 국가 주도로 과학 발전 사업을 시행했는데,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는 현재 나노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

Q. 재료공학부에서는 많은 재료를 다룬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재료는 무엇인가?

A. 전부 다 매력적이다.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를 통칭하는 ‘오행’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 문명은 ‘불’이라는 에너지를 가지고 물질을 만들었고, 모든 생명 활동은 ‘물’에서 일어난다. ‘목, 금, 토’는 각각 ‘나무, 쇠, 흙’이라는 재료를 뜻한다. 재료공학에서 폴리머 재료는 ‘목’, 금속 재료는 ‘금’, 세라믹 재료는 ‘토’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 재료는 원자들의 결합 성질에 따라 분류된 것으로, 이에 따라 재료의 특성이 달라진다. 무엇을 제작할 때 어떤 기능이 필요한가에 따라 사용되는 재료가 다르고, 다른 재료들을 융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그 물질의 독특한 성질을 잘 활용해서 쓸 수 있다면 어느 물질이나 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Q. 후학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A. 대학교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큰 배움터’지만, 나는 대학교가 ‘큰 물음터’가 됐으면 좋겠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이와 더불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에 보던 것과 다르니라”라는 말처럼,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꿰뚫어 보는 힘을 기르길 바란다.

 

사진: 장재원 기자 jaewon062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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