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교수(의학과)
이정렬 교수(의학과)

지난달 17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이정렬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이 교수는 한국에 흉부외과학이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학문 발전에 크게 기여한 국내 흉부외과학의 개척자다. 그는 “의사로서 마지막 외래 한 번만을 남겨두고 있다”라며 정년퇴임에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봉사의 순간들을 즐길 것”이라며 후련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Q. 흉부외과를 전공한 계기가 있다면?

A. 당시 흉부외과학은 국내에서 갓 생긴 분야였다. 그렇기에 전공을 선택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연간 수술 사망률도 17%로 매우 높았다. 미지의 학문이라는 점에서 도전의 테마로 삼기 좋았고, 새로운 분야를 연구해 개척해 나간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흉부외과학에 도전했고, 연간 수술 사망률을 1.7%까지 낮춰 보람찼다.

Q. 미국 UCLA 메디컬 센터에서 심장외과 전임의를 지냈다. 당시에 진행했던 연구가 있다면?

A. 심장을 수술하거나 이식하기 위해서는 심장을 정지시켜야 한다. 이때 정지된 심장의 심근을 보호해야 심장이 다시 뛸 때 본래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바로 이 심근을 보호하는 심근 보호액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심장에는 관상동맥이라 불리는 나뭇가지 모양의 얇은 혈관이 지나간다. 심장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산소와 영양분이 필요하다. 관상동맥이 이런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므로 관상동맥의 기능을 보호하고 향상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다. 90년대에는 대한민국의 의료진이 외국으로 연수를 가도 큰 대접을 못 받았는데, 이런 연구 결과를 미국의 거대한 흉부외과에서 발표해서 기억에 남는다.

Q. 해외 복잡 심기형* 어린이 6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 수술을 진행하고, 선천성 심기형 환아를 돕기 위해 ‘키드하트’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A.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비즈니스가 아닌 봉사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일념과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아이를 수술시키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또,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금이 있는지 물어보는 환자들도 매우 많았다. 그런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 돈을 모아놓고 돈이 부족한 환자의 수술비로 충당했다. 이런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해외 복잡 심기형 환자들에게 무료 수술을 진행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질병을 빠르게 발견하도록 환자가 질병에 관해 문의하면 24시간 내로 답변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당시에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것이 유행했고, 나 역시 키드하트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24시간 내로 답변하겠습니다’ ‘의료계에서 떠날 때까지 모든 환자를 다 보겠습니다’라는 환자, 그리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지켰다.

이정렬 교수는 “흉부외과학이 현재 수준만큼 발전한 것을 보고 정년을 맞이할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흉부외과에는 아직 미흡한 점도 많이 존재하기에 그런 분야를 후학에게 맡기고자 한다”라며 후학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복잡 심기형: 선천성 심기형의 일종으로 여러 병변이 복합돼있는 경우를 일컫는다.

 

사진: 장재원 기자 jaewon062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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