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명 교수(환경보건학과)
백도명 교수(환경보건학과)

지난달 16일 보건대학원(221동)에서 백도명 교수(환경보건학과)를 만났다. 그는 220동 앞 비석에 새겨진 ‘건강은 국력이다’라는 말처럼 그동안 약자의 건강을 지키고 직업병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힘써왔다. 백 교수는 “문제의 원인과 기전을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다른 대안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직업이 바로 학문”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Q. 과학자로서 연구를 진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A. 과학자는 현상 그 자체보다 현상의 원인과 과정에 주목한다. 인과관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객관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 원인을 어디서 찾을지, 어떤 방향에서 접근할지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한다. 흔히 과학은 객관적인 학문이라 이야기하지만,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은 주관적이다. 따라서 객관성과 주관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사업장의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활동을 하나만 소개한다면?

A. 근무 환경에서의 문제는 대부분 재해나 질병과 같은 건강 피해로 이어진다. 원인을 지목하고 그 원인과 피해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실제적인 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대안이다. 사업장에 먼지가 있으면 마스크를, 소음이 심하면 귀마개를 착용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이 먼지와 같은 유해 물질과 소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최초 원인과 직결되는 대안이 필요하며, 이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는 피해자의 의견과 경험이 수반돼야 한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사업 환경에 관한 문제가 드러났다. 그곳에서 근무한 여성 오퍼레이터들의 암 발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정의 피해자들이 근무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고, 유해물질과 생산 과정 관리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옆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일이 갖는 역할을 체감했다.

Q. 현재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과 주변 주민 암 발병 간의 연관성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 그동안 원전에서 불량 부품을 사용하거나 사고가 신고되지 않은 사례들이 상당히 많았다. 신고 전후로 수집된 데이터들은 공식적으로 통제된 상황에서 수집됐기 때문에 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암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는 굉장히 높은 수치들이 있으나 그 영향을 보여주는 자료가 없다. 두 요소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소가 1970년대에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이때의 발전소 주변 주민에 관한 자료들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백도명 교수는 후배들에게 남기는 조언으로 “불안은 변화에 대한 가능성은 있지만, 그 변화가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불확실함으로 인해 생긴다”라며 개인의 능력이 반드시 변화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결과는 능력과 공정한 과정뿐 아니라 ‘운’이 작용한다”라며 “운이 좋다면 겸손한 자세를, 운이 나쁘다면 다시 출발하는 자세를 지니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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