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입학식 그리고 정년식 등 끝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비대면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씁쓸한 소식이 들려온다. 2019년 8월 26일에 발간된 대학신문 1989호 1면은 ‘제73회 후기 학위수여식’ 개최를 알리고 ‘19.5학번 후기 입학생’을 환영하는 기사로 채워졌다. 원래 같으면 새로운 여정의 출발선에 선 이들을 응원하는 축제의 분위기로 졸업호가 꾸려졌겠지만,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상황에 따른 대면 수업 연기를 알리는 기사가 1면에 실렸다. 졸업 축하 그림 하단의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꿈꾸면서, 젊은 지성의 뜻을 더욱 풍성하게” 일궈 나가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대면 수업으로의 복귀, 평범한 일상 회복을 통한 앞날의 행복과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다소 묵직한 분위기로 문을 여는 졸업호다.

졸업식 주간이 되면 서울대 정문에 축하 현수막이 걸리고, 오색 빛깔의 꽃다발 판매대와 수많은 인파로 서울대 진입로가 축제의 장이 돼 붐비고는 했다. 중앙도서관 앞 계단도 제법 많은 학생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앞다투어 즐겨 찾는 인기 장소였다. 마지막 추억을 나누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아 중앙도서관 SNS 계정에 사진과 함께 축하 글을 남기는 것이 내 작은 일상 업무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후배 또는 제자와 스승이 한데 모여 새로운 출발의 기로에 선 이들을 직접 격려하는 풍경은 그리운 캠퍼스 일상의 일부가 됐다. 이제는 아쉬운 대로 『대학신문』 졸업호를 통해 함께 기념하고 있다.

달라진 캠퍼스 풍경과 같이 『대학신문』 졸업호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변함없이 △교문을 나서며 △졸업생 인터뷰 △정년교수 인터뷰 △졸업생 명단 순의 낯익은 구성이다. 계속되는 안전과 건강에 대한 위협, 예측 불가한 변화에 대처하고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부담과 불안으로 피로도가 한껏 치솟아 있는 지금, 한결같은 구성과 익숙한 어조로 꾸려진 졸업호가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일 없이 잘 산다”라는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이 느껴져 안심됐다. 익숙한 틀에 서울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낸 이번 호는 애를 쓰지 않아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교문 밖으로 나서는 이들과 배웅하는 이들의 다채로운 감정이 얽혀 있는 글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누군가의 연서를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성을 쏟은 시간에 대한 소회를 아낌없이 나누는 졸업생들, 깨달음의 정수를 응축해 후학들에게 전하는 교수들의 애정 어린 기록들에서 애틋함이 전해진다. 이처럼 여전히 교감하고 지지하며 이 시대를 지나고 있는 서울대 사람들의 모습은 『대학신문』에 남아 기억될 것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서울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때로는 연서의 역할도 해나갈 『대학신문』의 앞날을 기대한다.

 

최윤진 주무관

중앙도서관 학술정보서비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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