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도쿄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를 만나다

도쿄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장애인 선수들이 주로 출전한 도쿄 올림픽은 지난 8일(일)을 끝으로 마무리됐지만, 장애인 선수가 출전하는 도쿄 패럴림픽은 지난 24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5일까지 계속된다. 패럴림픽의 모토는 ‘Spirit in Motion’으로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다. 『대학신문』은 불굴의 의지로 항상 전진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패럴림픽 국가대표 이윤리 선수와 남기원 선수를 만났다.

 

사격 이윤리 선수, “2024 파리 패럴림픽까지 출전하고 싶다”

사진제공: 이윤리 선수
사진제공: 이윤리 선수

사격 국가대표 이윤리 선수는 이번 도쿄 패럴림픽이 벌써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그는 지난 2008 베이징 패럴림픽과 2010 광저우 아시안 패러게임에서 금메달을,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 때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윤리 선수는 “베이징 패럴림픽 때의 기록 때문에 사람들이 런던 패럴림픽 때 기대를 많이 했다”라며 “시합 전에도 인터뷰가 많았고, 다큐멘터리도 찍는 등 많이 부담됐다”라고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번에는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인터뷰는 경기 이후로 미뤄서 『대학신문』과의 인터뷰가 첫 인터뷰다”라며 “다행히 지금은 부담감이 크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선수로서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선수는 “다음 파리 패럴림픽까지는 출전하고 싶다”라며, “몸과 마음이 따라주면 그 이후에도 사격을 계속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도쿄 패럴림픽을 준비하며 힘든 점은 없었을까. 이윤리 선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부담은 마스크를 ‘써야 해서’가 아니라, 마스크를 ‘벗어야 해서’ 생겼다고 한다. 공기소총을 쏘는 SH1 부문으로 출전하기에 마스크를 벗고 훈련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 선수는 “혹시나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 패럴림픽을 준비하던 중 휠체어에서 떨어져 머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윤리 선수는 “다행히 이천선수촌 스포츠의과학실에서 치료를 잘 받아 깨끗하게 나았다”라고 말했다.

사격 종목의 매력으로 ‘최선을 다한 시합의 결과가 기록 경신으로 이어질 때의 짜릿함’을 꼽은 이윤리 선수. 이런 그도 처음부터 사격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본래 탁구 선수였으나 중간에 사격으로 전향했다. 이윤리 선수가 사격에 흥미를 느끼게 됐을 때 특전사 저격수였던 이춘희 씨를 만났고 둘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도 전남장애인사격연맹 이춘희 전무이사는 경기보조원으로 동행했다. 이윤리 선수는 “내게 늘 맞춰주는 남편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싶고, 항상 신경 써주시는 부모님에게도 고맙다”라며 올림픽을 준비하며 고마웠던 이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윤리 선수는 패럴림픽 중계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국내 지상파 채널 중에서는 KBS가 26시간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패럴림픽에 할당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NBC가 TV 채널을 통해 200시간 이상, 영국 채널4가 300시간 이상을 패럴림픽에 할당한 점을 고려한다면 자못 부족한 실정이다. 이윤리 선수는 “TV를 틀었을 때 장애인 체육 소식이 전해지고 방영돼야 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다”라며 “국민이 먼저 관심을 기울이길 기대하기 보다 시스템부터 개선됐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덧붙여 “많은 분이 인터넷과 실시간 중계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탁구 남기원 선수, “금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

사진 제공: 남기원 선수
사진 제공: 남기원 선수

탁구 국가대표 남기원 선수는 2009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이다. 그는 43세의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남 선수의 몸 상태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 탁구였고, 그는 복지관에 탁구 프로그램 신설을 요구해 동료들과 함께 탁구를 시작하게 됐다. 남기원 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남 선수는 “금메달을 목표로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주위의 기대가 커서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현재 심경을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이후부터 도쿄 패럴림픽이 열리기까지 그의 선수 생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남기원 선수는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을 다녀와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나’라는 생각에 진중한 게임을 하지 않다 보니 패하는 게임이 많아졌고 슬럼프도 함께 왔다”라며 “이런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됐고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 하나의 큰 변수는 코로나19였다. 도쿄 패럴림픽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올림픽 연기나 취소가 언급될 때마다 걱정이 됐지만 확실한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훈련에만 집중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하는 훈련도 문제였다. 경추 손상을 입은 경우, 폐 기능이 일반인의 3분의 1 이하로 약해지고 땀을 배출하기 어려워 더위에 몹시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남 선수는 “경추 손상이 있는 내게 마스크 착용은 중간중간 훈련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큰 고통이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기원 선수는 빠른 롱서비스에 이은 짧은 사이드 로빙과 왼손잡이 백핸드 코스라는 자신의 주특기 역량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훈련을 계속했다. 그는 부족한 집중력과 승부욕을 높이기 위해 뇌파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를 하거나, 명상을 하며 훈련에 임했다. 남기원 선수의 최종 목표는 탁구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기자가 이번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이 됐던 동료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남 선수는 “나를 포함해 6명의 선수를 도쿄로 보내느라 고생한 광주 전문체육팀 곽호근 코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남기원 선수는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예산을 들여 선수들이 패럴림픽에 참가하더라도 대중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그들만의 축제’가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며 “많은 사람이 패럴림픽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 확보와 효과적인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이윤리 선수와 남기원 선수가 출전하는 사격과 탁구를 포함해 패럴림픽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보치아*와 양궁, 태권도, 조정 등 14개 종목에서 86명의 대한민국 선수가 활약한다. 오늘, 대한민국 선수들이 지난 4년간 흘린 땀의 결실을 중계 방송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확인하고 응원하는 것은 어떨까.

*보치아: 표적구를 먼저 던지고 적색 공과 청색 공을 규칙에 의해 모두 던지는 경기.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숫자가 점수가 되고, 그 점수의 합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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