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코로나19 시대의 동아리 활동을 살펴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지난 1년 반 동안 유행하면서 동아리들은 계속해서 고비를 넘겨왔다. 동아리원들의 끈질긴 노력과 본부 및 동아리연합회(동연)의 지원 덕에 동아리들은 네 차례의 대유행을 버티고 방역수칙에 따라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대학에 입학한 일명 ‘코로나19 학번’ 학생들의 경우 제대로 된 동아리 활동조차 못 해본 경우가 허다하며,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학내 동아리들의 미래는 더욱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학신문』이 유례없는 위기 속 동아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끊이지 않는 고충에 시달리는 동아리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대면 활동의 위축이다. 특히 대면 활동이 불가피한 공연 동아리들은 공연은 물론 연습조차 대부분 취소해야 했으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제대로 된 활동이 더욱 어려워졌다. 벼랑 끝에 몰린 일부 동아리들은 활동 자체를 한 학기 이상 중단하기도 했다. 활동을 지속하는 동아리들마저도 코로나19 확산세와 거리두기 방침 변화에 따라 일정이 취소·연기·재개되는 상황을 수차례 겪었다. 중앙 뮤지컬동아리 ‘렛미스타트’ 조호연 공동대표(경영학과·20)는 “대부분의 공연 계획이 정해진 상황에서 갑작스레 공연장 계약, 공연 일정, 연습 및 공연 방식까지 많은 것을 바꿔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취미교양분과 소속 동아리들은 전시회 진행이나 작업물 배포 등의 대면 활동에 차질이 생겼다. 사진동우회 ‘영상’ 구동건 회장(건축학과·18)은 “전시를 위해 예약했던 갤러리가 문을 닫아 다른 갤러리로 옮겨야 하는 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대면 친목 활동 역시 불가능해졌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생기면서 MT, 야유회, 뒤풀이 등의 친목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다. 소규모 혹은 비대면 친목 행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규모 대면 행사만큼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학내 시설이 폐쇄됨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동아리들도 있었다. 중앙 축구동아리 ‘싸커21’ 김철주 회장(언어학과·17)은 “체육 시설에 대한 방역지침이 계속 달라져 2020년 하반기에는 학내 대운동장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다”라고 밝혔다. 중앙 오케스트라동아리 ‘SNUPO’ 박재형 회장(컴퓨터공학부·19)은 “학내 연습실 및 공연장 무기한 폐쇄 조치로 인해 연주회장과 연습 장소를 따로 대관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 장소는 불편할뿐더러 학내 시설과 달리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학내 시설을 대체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동아리 존속과 운영에 관한 문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만화예술연구동아리 ‘그림터’ 박동균 전 회장(지구환경과학부·20)은 “동아리 소개제가 열리지 않아 동아리 홍보가 어려워졌다”라며 신입 부원 모집의 고충을 드러냈다. 동아리들은 인수인계의 어려움과 운영진의 경험 부족 문제를 겪기도 했다. 많은 동아리가 원활하지 못한 세대교체를 동아리 존속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꼽았다. 중앙 스트릿댄스동아리 ‘H.I.S.’ 이수헌 대표(전기정보공학부·15)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한 신입 부원들이 운영진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동아리들의 노력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동아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비대면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동아리가 기존 활동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거나 온라인 행사를 신설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그림터 박동균 전 회장은 “최근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인 디스코드(Discord)를 이용해 부원들과 비대면으로 음성 통화를 하면서 함께 그림을 그린다”라며 “온라인으로 정기 그림 공모를 새롭게 진행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중앙 연극동아리 ‘총연극회’ 홍승연 공동회장(언어학과·18)은 “주말마다 ZOOM 대본 리딩회를 진행했으며, 비대면 ZOOM 연극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연극도 시도했다”라고 말했다. 동아리의 방향성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사례도 있었다. 라이브 공연을 활발히 하던 사회대 밴드 ‘소나무’의 박준우 동아리장(경제학부·20)은 “당분간 녹음 및 음원 제작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라며 “동아리비로 녹음 장비를 구매했고, 부원들은 믹싱 기술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일부 동아리들은 특성상 모든 활동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기 어려워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부분적으로 대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활동 규모를 축소하거나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모임 인원을 조정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시기에 몇몇 공연 동아리는 4인 이하로 조를 짜서 활동하기도 했다. 윤리교육과 밴드 ‘율레티카’ 주재형 동아리장(윤리교육과·18)은 “공연과 합주는 동아리의 존속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라며 “더 이상 활동을 연기하기만 할 수는 없어서 약 2~3인이라는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동아리들은 대면 활동 시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렛미스타트 조호연 공동대표는 “대면 활동 시 주기적인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NUPO 이수빈 전 회장은 “마스크 착용이 자유롭지 못한 관악 단원의 안전한 연습을 위해 비말 차단용 아크릴 가림막을 주문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본부 및 동아리연합회가 내민 도움의 손길

동아리들 못지않게 본부 및 동연에서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본부와 동연은 △지원금 지급 △공연 기획 △온라인 동아리 소개집 제작 △신입 모집 플랫폼 제작 △방역용품 제공 등의 지원을 제공해왔다.

본부는 예년처럼 △대학문화예술활동 지원금 △지역사회봉사단체 지원금 △동아리육성지원금 △문화자치위원회지원금을 지급했다. 그중 동아리육성지원금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활동 위축을 감안해 사업 실적 수, 동아리 회원 수 등의 평가 기준을 완화했다. 대학문화예술활동 및 지역사회봉사단체 지원금은 현 상황에 맞춰 ‘코로나19 방역지침 준수 활동 계획서’를 심사 항목에 추가했다.

본부와 동연은 동아리들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거나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말 학생지원과와 동연은 공연 동아리를 대상으로 ‘SNU Instagram 집콕 라이브’ 비대면 공연을 개최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0년 7월 8일 자) 올해에도 비슷한 행사인 ‘비대면 라이브 방송 2021’이 기획됐으나,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해 연기됐다. 한편 동연은 동아리 소개제를 대체하기 위해 온라인 동아리 소개집을 제작·배포하고, 동연 네이버 카페를 이용한 동아리 신입 부원 모집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동아리 방마다 방역을 실시하고, 손소독제와 항균 물티슈 등의 방역용품을 지원하는 등 감염 방지를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누군가에게 동아리는 대학 생활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할 수 있으나, 다른 누군가에게는 대학 생활의 꽃일 수도 있다. 지난 6월 7일 오세정 총장은 담화문에서 “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다”라며 “대학은 교수와 학생 및 선후배 간의 교류와 더불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토론 등이 이뤄지는 공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학생 간 교류의 중심이자 대학의 주요 가치를 실현하는 동아리가 코로나19라는 바람 앞에 놓인 등불이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동아리들의 결의가 보상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삽화: 김윤영 기자 kooki10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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