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경 책임전문위원(다양성위원회)
배유경 책임전문위원(다양성위원회)

2016년 3월 공식 출범한 다양성위원회는 매년 다양성보고서를 발간하고 두 개의 기획 과제를 수행하는 등 조용하지만 야심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구성원이 참여하는 다양성 도서 추천사 공모전과 다양성 도서전, 저자 초청 북 콘서트, 다양성 대화, 학생 인턴십 등 다양성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행사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지금도 서울대에 다양성위원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 다양성위원회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다룰 수는 없기에 다양성위원회가 다뤄야 할 의제와 고유한 역할은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서울대가 다양성 기구를 만들었고, 이후 카이스트, 고려대, 서울과기대, 경북대 등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의 대학 다양성 기구가 만들어졌다. 국내 대학에서는 새로운 조직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다양성 이슈라고 부를 만한 정책이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뿐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연구재단에서 다양성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연구과제 지원 시 다양성을 고려하고 증진한다는 의미가 내포돼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반가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대학에서 다양성을 정의하는 것은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구체적인 사회적 범주를 나열하게 되면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그룹이 의도치 않게 배제되기 때문이다. 선행연구에서 다양성을 논할 때 정체성을 주요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대학의 다양성 정책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에서 출발해 점차 새로운 연구 수용과 그에 따른 전문가 채용, 교육과정, 대학 생활 지원 등 대학 운영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다양성위원회의 기획연구과제로 학내 법과 규정을 검토했는데, 학칙에 다양성위원회 조항을 신설하고 그에 따라 다양성위원회 규정을 만든 것 이외에 대학 운영의 목표나 주요 위원회의 설립 목적과 구성 면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증진하기 위해 힘쓴다는 조항을 찾기는 어려웠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개정이 필요한 규정을 찾아 본부에 제안했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는 매년 다양성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다양성보고서는 서울대 전 구성원의 성별, 국적, 직위 등 다양성 현황과 대상별 대학 생활 및 일·생활균형 지원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학교에서 발표하는 공식 통계와는 구성원 분류 기준과 집단별 범위에 차이가 있으며, 비전임, 비정규직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집단에 대해서도 통계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다섯 번째 보고서인 ‘서울대학교 다양성보고서 2020’을 학내외에 배포했다. 보고서 앞부분의 인포그래픽인 ‘한눈에 보는 서울대 다양성’에서는 지난 5년간 주요 지표의 변화를 살펴봤다. 숫자의 변화 이면에는 많은 것이 함축돼 있으며, 그런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운영 프로그램인 학생 인턴십은 다양성 존중 문화 확산에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해 점차 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번 가을학기에는 인턴십 4기를 운영해 학부생과 대학원생, 외국인 학생 등이 ‘서울대 학생들 간 벽 허물기’라는 큰 주제 아래 팀을 구성해 자율 활동을 기획·실행·평가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팀별 활동을 온라인으로 펼치는 제약이 있었음에도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활동 내용이 매우 다채롭고 창의적이어서 놀라웠다. 이번 4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력해 국내외 문화 다양성 사례조사를 팀별 활동 중 하나로 포함했고, 그 결과물은 사례조사 보고서로 나올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노력은 다양성위원회 홈페이지에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외부 기관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양성위원회가 앞으로 타 대학이나 공공기관, 기업의 다양성 기구와 연대활동을 펼치면서 대학 안팎으로 다양성 의제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장을 마련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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