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저널리즘: 사진이 갖는 힘
포토저널리즘: 사진이 갖는 힘
  • 장재원 기자
  • 승인 2021.09.26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 포토저널리즘, 사진으로 보는 세상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100자의 글보다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은 일상의 순간이나 자연환경을 담기도 하고, 사회가 가진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가 실제로 보지 못하는 것들을 알 수 있는 것도 사진 덕분이다. 사진이 언론의 역할을 할 때 사진이 가진 힘은 더욱 증폭된다. 우리가 접하는 대다수 언론은 보도사진을 활용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진을 단순히 글의 이해를 돕는 도구로 여기는 경우가 많으며, 시각 자료 기술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영상 매체가 보도사진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미디어의 홍수 속 사진 한 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언론에서 보도사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학신문』은 보도사진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살펴보고, 포토저널리즘이 나아갈 길을 짚어봤다.

 

더 적은 정보가 전달하는 더 많은 메시지

‘포토저널리즘’은 대상이 되는 사실이나 시사 문제를 사진을 통해 보도하는 저널리즘이다. 즉 언론에서 사진에 중점을 둬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글을 대신해 사진 자체로 사건을 보도하기도 하고 글 기사를 보충하기도 한다. 이런 포토저널리즘의 형태는 사진 기술의 발전과 함께하며, 현재는 영상 기술 발전에 따라 사진뿐 아니라 언론에서 영상이 쓰이는 형태를 포괄하기도 한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범시민궐기대회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보고하는 한 여성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박태홍 기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범시민궐기대회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보고하는 한 여성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박태홍 기자)

사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은 사회의 단면들을 포착하며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런 초기 포토저널리즘의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 매체는 잡지 「라이프」*다. 「라이프」는 영상 매체, 즉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미국 내 정치와 전쟁,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진을 찍어 보도하며, 사람들에게 전 세계의 소식을 전달하는 영향력 있는 미디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영상 매체가 등장하면서 보도사진의 영향력은 다른 매체로 자연스럽게 분산됐다. 「라이프」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경영난을 겪다 결국 폐간했고, 현재는 인터넷 사이트만 남은 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에 초점을 두던 초기 포토저널리즘은 영상 매체로까지 범위를 확장하며 전환을 맞았다. 사람들은 지면으로 사진을 보는 시대를 넘어 전자매체를 통해 사진과 영상을 접한다. 또한 미디어의 홍수라고 불리는 현실에서는, 하루에도 몇백 개가 넘는 사진들이 쏟아진다. 이에 오승환 전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기성 언론사들이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것을 벗어나,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는 시기가 왔다”라고 언급했다. 21세기 현대인은 사진이 유일한 시각 매체로 힘을 발휘하던 20세기와 달리 다방면으로 정보를 전달받고 있는 것이다.

 

사진이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우리 삶 속 사진은 어떤 식으로 힘을 발휘했을까?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진은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저널리즘의 수단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특히 포토저널리즘이 힘을 발휘하던 시기는 국가의 억압에 저항한 시민들의 순간을 담았을 때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에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담아낸 사진은 당시 국가의 통제 속에서 알려지지 못할 사건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했다. 광주 시위를 기록했던 사진이나 영상물이 없었다면 그 억압은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 현장을 담으려 했던 힌츠페터의 모습은 글이 아닌 사진으로 전달하는 사실의 파급력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잊힐 뻔한 순간들을, 누군가가 감추려 했던 순간들을 사진은 고스란히 기록해왔다.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 정문 앞. 이한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다른 학생의 품에 안겨 있다.(사진 제공: 정태원 기자)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 정문 앞. 이한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다른 학생의 품에 안겨 있다.(사진 제공: 정태원 기자)

6·10민주항쟁에서도 보도사진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일보」가 시위 진압대의 최루탄에 부상을 입은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보도한 후, 시위의 중심이었던 학생들을 포함해 전 연령층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쓰러져 죽어가는 학생이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진으로 실감한 시민들은 저항에 동참했다. 무고한 이의 죽음과 학생의 희생에 분노를 느낀 시민들이 만들어 낸 저항의 불길은 점점 더 커져 갔다.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는 이 사진이 당시 ‘사회의 병따개’ 같은 역할을 했다며 “사진은 사회가 필요로 할 때 유기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사진 한 장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사진은 사회가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사회와 사진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한편 사진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 사회 문제에 대한 성찰을 끌어낸다.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모습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모습과, 자세를 낮춰 우 전 수석의 얘기를 듣는 검찰 관계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보도 이후 많은 국민에게 검찰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해당 사진을 찍은 「조선일보」 고운호 기자는 모든 신문과 방송에서 이 사진을 다뤘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영화에서 볼 법한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한 것에 사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 기자는 “기자가 결정적인 순간에 내리는 판단과 사람들의 관심이 합쳐지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고운호 기자는 “보도사진은 데이터와 숫자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이것이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불러올 때 힘을 가진다”라며 사진이 사회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1층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검찰 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모습이다.(사진 제공: 고운호 기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1층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검찰 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모습이다.(사진 제공: 고운호 기자)

최근 ‘현 시국을 한 장으로 드러낸 사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도 있다. 한쪽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검사를 준비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반대편에는 마스크를 벗은 채 술자리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사진은 길어지는 재난 상황 속 상반된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 많은 시민의 공감을 끌어냈다. 「조선일보」 이태경 기자는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 속 현실 문제들에 많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아 안도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사진을 찍게 된 계기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시민들이 경각심을 잃은 듯해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태경 기자는 “많은 사람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숨겨진 작은 사건들, 본질들은 다양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사진은 글, 그림 등이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의 한 호프집 주변에서 시민들이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바로 옆 중구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는 의료진들이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태경 기자)
▲서울 을지로의 한 호프집 주변에서 시민들이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바로 옆 중구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는 의료진들이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태경 기자)

 

포토저널리즘이 나아갈 길

사진은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포토저널리즘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영상 매체의 발전은 보도사진이 저널리즘으로서 가지는 역할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많은 언론에서 사진기자들의 수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7년째 사진을 찍고 있음에도 자신이 아직도 가장 경력이 적다는 「세계일보」 하상윤 기자는 “어떤 언론사에는 경력이 20년을 넘었음에도 사진부 막내인 경우도 있다”라며 “사진부는 다른 직군에 비해 정체돼 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렇게 사진기자라는 직업이 정체돼 있는 이유에 대해서 그는 “언론을 대체할 수 있는 매체가 늘면서 언론사 인력 채용의 수 자체가 줄어들었고, 신문사가 많은 사진기자를 두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즉, 기성 언론과 보도사진에 집중돼있던 영향력이 새로운 형태의 언론 등장에 따라 분산된 것이다. 

또한 보도사진에 접근하는 방식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김경훈 기자는 “보도사진은 남지만 보도사진가는 사라진다”라고 말하며 「로이터통신」의 보도사진 선정 방식을 예로 들었다. 「로이터통신」은 재난재해와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사진기자들을 현지에 보내는 동시에 SNS에 올라온 영상과 사진들을 확인한다. 그중에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찾아 영상 및 사진의 원작자에게 허락을 구하고 보도사진으로 사용한다. 사진기자가 현장에 가지 않아도 보도사진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보도사진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이에 대해 김경훈 기자는 “이제 포토저널리스트를 넘어 사회를 시각화하는 ‘비주얼 저널리스트’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변화가 필요함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제 사진 한 장이 아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만큼 늘어난 정보에는 부작용도 뒤따른다. 하상윤 기자는 “시각적 재현물은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이미지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시각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포토저널리스트의 역할”이라며 진실을 좇는 사진기자의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오승환 전 교수는 “사진기자는 진실을 추구하면서 사실을 찍는 사람들이다”이라며 “사진기자와 그 사진을 보는 독자들이 어떤 각도로 사진에 접근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매체의 발전은 오히려 포토저널리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포토저널리즘이 영상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진과 영상을 통합한 새로운 포토저널리즘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에 대해 오승환 전 교수는 “미국의 언론사에는 사진기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상기자도 포함돼 있다”라며 “이는 사진과 영상이 하나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미래에는 사진과 영상 중 효과적으로 전달 가능한 방식을 선택해 보도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단순히 사진과 영상을 구분짓기보다는 양자를 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오 전 교수는 “사진기자는 여러 사진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사진기자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사진 단체 ‘월드프레스포토’(World Press Photo)가 매년 실시하는 사진 대회를 살펴볼 수 있다. 이 단체는 매년 사진기자들이 제출한 사진들 중 포토저널리즘의 정신을 고양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 단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디지털 스토리텔링’ 수상작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선정된 작품들은 음성과 사진의 편집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2021년 수상작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 관련 시위 현장을 취재한 사진과 영상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시위자의 일부가 되게 하는 느낌을 줌과 동시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위의 과정을 파악할 수 있게 구성됐다. 당시 상황 속에서 여러 집단의 상호작용을 작품에 담은 것이다. 이같이 사진은 순간의 포착이라는 기능뿐 아니라, 사회의 시각화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포토저널리즘이 지니는 의미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독자들의 눈을 대신해 사회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그리고 포토저널리즘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때 힘을 발휘한다. 역사를 바꾼 사진들은 수도 없이 많고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사진이 찍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 변화에 발맞춰 포토저널리즘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며,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사진이 포착할 모습과 사진이 촉발할 변화를 기대해본다.

 

*「라이프(Life)」: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던 시사 화보 잡지로 1936년 「타임」의 발행인 헨리 루스가 창간했다. 사진 중심의 획기적인 편집으로 보도사진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다.

 

레이아웃: 이다경 기자 lid0411@s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