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우리 고유의 검법, ‘한글검’ 창시자 박승철 협회장

합기도, 검도, 유도 등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무예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무예들은 일본에서 들어와 우리나라에 자리잡은 것으로, 우리 고유의 무예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고유의 무예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전통 무예에 기반한 새로운 무예를 개발한 사람이 있다. 『대학신문』은 한글날을 맞아 우리 고유의 검법과 한글을 결합해 ‘한글검’을 창시한 대한한글검협회 박승철 협회장을 만났다.

 

 

◇한글검, 전통 무예와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한글검은 한국 고유의 무예를 되살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민족검법을 개발하려는 노력에서 탄생했다. 박승철 협회장은 “과거 일제는 조선군을 강제로 해산하고 전통 무예를 단절시켰다”라며 “그 자리에 심어 놓은 일본 무도가 오늘날까지 뿌리 깊게 자리하게 된 상황에서, 이제라도 우리 무예를 되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협회장은 정조 14년(1790)에 편찬된 종합무예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기의 검법 중 ‘본국검’과 ‘조선세법’이라는 전통 무예를 가져와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검법을 표현한 문헌 속 그림을 보면서 우리 고유의 검법만을 골라내 복원해나가는 작업을 거쳤다. 한글검은 이런 민족 검법으로 한글 자모음의 창제원리와 형태를 표현해낸 무예다. 박 협회장은 “전통 무예에 한글을 결합한다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는 우리 무예가 단절되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한글검은 민족 고유의 무예를 계승한다는 것뿐 아니라 한글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측면에서도 의의를 갖는다. 박 협회장은 자음의 기본자(ㄱ, ㄴ, ㅁ, ㅅ, ㅇ)에 가획의 원리 등을 바탕으로 자음을 완성하고, 천·지·인(•, ㅡ, ㅣ)에 초출(初出), 재출(再出)의 방식으로 모음을 완성하는 한글의 창제원리를 한글검에 활용했다. 각 기본자에 해당하는 검법을 만든 후, 여기에 가획을 하면서 민족 검법의 무예 요소를 집어넣는 식이었다. 한글 창제원리 안에서 우리 검법이 잘 녹아들어 가는 것을 보며 박 협회장은 한글이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무예의 요소를 내포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한글은 세상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라며 “한글이 우리의 정신세계, 철학, 글뿐만 아니라 무예, 디자인 등 여러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한글검을 수련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대한한글검협회 박승철 협회장)
▲한글검을 수련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대한한글검협회 박승철 협회장)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공간에 담긴 한글=박승철 협회장은 “한글검은 공간에서 몸으로 구현한 최초의 3차원 한글”이라고 설명한다. 3차원의 공간에서 2차원의 한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되는 것일까? 한글은 초성과 종성에는 자음을, 중성에는 초성의 아래에 붙여 쓰는 ‘ㅗ, ㅛ, ㅜ, ㅠ, ㅡ’와 초성의 오른쪽에 붙여 쓰는 ‘ㅏ, ㅑ, ㅓ, ㅕ, ㅣ’의 모음을 둔다. 그렇기에 무예로 한글을 표현할 때도 음절을 구성하는 음소의 순서와 위치를 그대로 따르게 된다. 예를 들면 ‘한’이라는 글자가 있다고 할 때 우선 전방에 초성 ‘ㅎ’을 표현한 후 오른쪽으로 돌아 측방에 ‘ㅏ’를, 뒤로 돌아 ‘ㄴ’을 후방에 검으로 표현한다. 박 협회장은 “이런 식으로 ‘ㄲ’, ‘ㅗ’, ‘ㄺ’ 등 다양한 음소를 3차원 공간에서 여러 각도로 구현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글검의 실전력은 어떨까? 박승철 협회장은 “한글검은 단순히 3차원에서 글을 쓰는 것을 넘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검법”이라며 “한글을 기반으로 겨루기가 가능한 것이 한글검의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각 자모에 해당하는 공격과 방어법이 있음은 물론, 자음과 모음의 순서대로 연이어 겨루는 연속겨루기(대적검)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싸우는 상황에서 상대가 ‘ㄱ’ 검법으로 공격하면 ‘ㄴ’ 검법으로 이를 막으면서 다시 공격하는 식이다.

 

◇한글검의 응용과 확장=대한한글검협회는 한글검을 널리 보급하고, 이를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승철 협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글검 보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라며 ‘위드 코로나’ 시기를 대비해 한글검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국내외 지도자 세미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글검을 문화콘텐츠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중”이라고도 밝혔다. 한글검을 소재로 한 「이도의 검」이 네이버 웹소설로 연재되기도 하고, 세계문자박물관에 한글검을 활용한 콘텐츠를 전시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한글검의 무궁무진한 확장이 기대된다.

 

각국의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문화를 잃지 않으려면 전통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널리 보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글검을 시작으로, 우리 고유의 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사진: 장재원 기자 jaewon062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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