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국내 최대 규모의 사설 보호소인 애린원이 철거됐다. 그곳에서는 개체관리가 되지 않아 1,000마리 이상까지 늘어난 개들이 위생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견사에서 썩은 물을 마시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고갔다. 원장이 사비로 견사를 짓고 유기견을 수용하면서 갈 곳 없는 생명체들의 집이 됐던 애린원은 ‘개 감옥’이라 불리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자신의 관리 능력을 넘어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사육하는 이들을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라고 한다. 애초에는 유기동물을 구조하다가 그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애니멀 호더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 목적이 어떻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동물을 수용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동물학대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사설 동물 보호시설은 언제든지 애니멀 호딩 현장으로 변할 수 있다. 사설 동물 보호시설은 운영 기준이 전무한 데다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 있고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설 운영을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존재 자체를 알기도 어렵다. 학대가 자행되고 있음에도 발견이 어렵고 법적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애니멀 호더들은 사설 보호소로 위장해 번식 농장이나 신종 펫숍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만으로는 매년 증가하는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없기에 민간 보호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태영호 의원이 민간 동물 보호소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사항을 등록해야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적 있으나 이후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 

게다가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기에 애니멀 호더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제3자가 강제로 데려올 수 없어 즉각적인 구조 또한 쉽지 않다. 태안의 한 애니멀 호더의 경우 소유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아 ‘피학대동물 격리조치’를 발동해 겨우 구조가 가능해졌다. 구조된 동물에 대한 사후관리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 보니 학대받는 동물 구조가 지체되고 구조가 진행돼도 동물들이 새 삶을 시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법무부는 민법 제 98조의 2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해, 동물권에 대한 인식 개선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물이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애니멀 호더로부터 피해 동물을 압류하기가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애니멀 호딩이 의심되는 사설 보호소에 대한 주기적인 관찰과 관리는 물론, 애니멀 호딩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성 있는 법규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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