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는 독기가 있어야”

▲ © 강정호 기자
95년 초연된 후 8년간 8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동양 최초로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화제가 됐던 창착 뮤지컬의 신화 「명성황후」, 그 중심에는 ‘명성황후’ 이태원씨가 서 있다.

독특하고 힘있는 음색과 풍부한 성량으로 관객을 전율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마력을 가진 그는 97년부터 명성황후 역으로 400회 넘게 공연하고 있지만 무대에 설 때마다 명성황후가 새롭게 다가온다고 한다. “처음에는 명성황후의 강한 면만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연기를 거듭할수록 자신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강해질 수 밖에 없었던 명성황후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그 이면의 부드럽고 여성적인 면을 표현하려고 애씁니다”라고 말한다.

중학교 3학년 때인 81년, 미국으로 이주해 줄리어드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는 7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의 티엥 왕비 역으로 발탁되면서 뮤지컬과 인연을 맺었다.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던 그는 명성황후 역을 현지에서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청해 「명성황후」에 합류하게 됐다. 타향살이를 하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던 그는 한국의 창작 뮤지컬에 출연하고 인정받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고 한다.

한국 무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그는 요즘 한창 선보이고 있는 창작 뮤지컬에 대해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 스태프, 교육 시스템이 철저하게 전문적으로 세분화돼 있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몇 가지 역할을 한꺼번에 맡는 편이라서 자칫 작품이 조악해질 수 있다”며 “조급하게 성과를 거두려고 하면 흉내내기에 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준비해서 완성도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미 알려진 스타 위주의 캐스팅보다는 뮤지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공정한 기회를 주는 오디션제를 통해 배역에 걸맞는 전문 배우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뮤지컬 배우는 독기가 있어야죠. 자기 일에 대해 끝까지 놓지 않는 집념말이죠.” 무대에 서는 것이, 노래를 하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그에게서 무대에 대한 순애보적인 애정이 한껏 드러난다. 티엥 왕비로 1200여 회, 명성황후로 400여 회가 넘는 장기 공연에도 불구하고 연습에는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노력과 열정이 대단하다.

그는 “뮤지컬은 감정 표현이 자유롭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죠. 객석에서 반응이 바로바로 나오면 신명이 납니다”라며 관객들에게 주위 사람들 눈치보지 말고 솔직하게 호응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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