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D.P.〉, 〈SNL 코리아〉 등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가 제공되는 OTT(Over-The-Top) 서비스의 콘텐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36.1%였던 OTT 서비스의 이용률은 2019년 52%로 상승했다. OTT 서비스는 TV 프로그램 다시 보기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독점 방영하며 미디어 시장을 재편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처럼 급격히 증가하는 콘텐츠와 소비자의 수요에 비해 영상물 등급 평가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사전 심의에만 의존하고 있어, 효율적인 심의는 물론 국내 OTT 산업의 발전을 어렵게 한다.

현재 OTT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은 국내 방송 드라마를 제외하면 모두 영등위의 사전심의를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OTT 서비스가 제공하는 영상이 늘어나며 심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에 따르면, 비디오물 등급 심의 요청 건수는 2019년 6,626건에서 2020년 7,957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만 10,351건이 접수됐다. 또한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통상 7일가량 걸리던 등급 분류 처리가 평균 12~16일로 길어졌다.〈오징어 게임〉의 경우 접수부터 심의 결과 통보까지 총 21일이 소요됐다. 이렇듯 기존의 영상 시스템은 현재의 영상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6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입법을 예고하며 자율등급제 적용을 약속했다. 영등위의 업무 과중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OTT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부과하는 자율등급제를 도입해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영상물 제작·수입사도 예정된 시기에 맞춰 한국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시대에 맞춘 국내 OTT 서비스의 성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심의 기간이 줄어들면 콘텐츠의 기획·제작·심의 순환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OTT 사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심의비·독점 공급 계약과 심의의 시차 문제 해결이 예상된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자율등급제를 시행 중이고, 각 정부 부처와 OTT 기업 내에서 협의체도 구성돼 있다. 자율등급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영등위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사후 모니터링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영비법이 자율등급제 외 다른 사안들과 묶여있어 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군다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가 OTT 산업의 소관을 나눠 맡고 있어 각각 별도의 법률을 제·개정하겠다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정부와 국회는 변화하는 미디어 산업에 적합한 영상 심의 시스템, 국내 OTT 산업의 성장, 소비자의 후생을 위해 시급히 자율등급제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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