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야 뇌도 건강해진다
만나야 뇌도 건강해진다
  • 대학신문
  • 승인 2021.10.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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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교수(의료기기산업학과)
이준영 교수(의료기기산업학과)

 

나는 노인정신의학을 전공한 교수이자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의사다. 그러다 보니 마음 아픈 일들을 종종 겪는다. 그 중에도 많은 분이 치매 말기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소하게 되는 것이 참 마음 아프다. 전국적으로 약 20만 명의 노인분들이 입소해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꽤 많은 숫자다. 입소한 치매 어르신들에게 요양원이나 병원이라는 공간은 낯설고 외워지지 않는 공간이기에 그분들에게는 익숙한 가족들이 면회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큰 낙이다. 치매로 기억력이 떨어져서 방금 식사했는지 안 했는지 잊어버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면회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밥 세끼를 먹는 것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인 것 같다. 

그런데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요양시설이나 요양원에서는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인 어르신과 기저질환자가 밀집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20개월 넘게 면회나 외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이 분들은 오랜 기관 가족들과 격리된 채로 입소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추석 이후 면회가 허용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가족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서로 껴안고 한참 울었던 것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런데 격리된 치매 어르신들이 오랜만에 외래를 방문하게 되면서 내가 알게 된 더 놀라운 사실은 격리된 동안 이들의 병이 평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인지기능도 더 떨어져 있었고 우울이나 망상 같은 정신행동 증상도 더 늘어 있었다. 친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없어지니 더 이상 머리를 써야 할 일이 없고 머리를 사용하지 않으니 뇌세포들이 더 빠르게 소실되면서 증상이 악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질병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도 빨리 이들에게는 더 이상 뉴노멀한 삶이 아닌 가족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삶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대에서도 비대면 수업이 4학기째 진행되면서 학교 생활에서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집에서 수업을 들으며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잃었고, 교수들은 교수실에서 화상을 통해 강의를 하고 있다. 실습이나 실험이 필요한 과목에서만 아주 조심스럽게 대면 수업을 진행할 뿐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비대면 수업은 장소와 시간을 초월해 전달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질 높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전에 온라인 수업 중 뇌파를 측정해본 적이 있는데 수업 후 10~15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강사가 요약, 질문을 하거나 웃긴 이야기를 할 때만 집중력이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아마 학생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니 집중력이 좋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비슷한 답답함을 느낀다. 내가 학생일 때 조별 수업에서 가끔 교수님들이 우리 조는 반응이 없어서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하고 수업이 자주 끊어질 때가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수들도 코로나19 유행 후 온라인 수업을 하니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기가 힘들어 꼭 공중에서 수업하는 것 같을 때가 많고 학생들에게 강의의 중심을 맞추지 못한 채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로 부족한 강의를 마무리할 때가 종종 있다.

비대면 수업을 할 때 지식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공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교는 지식 전달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는 선생님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생활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게 되는데 비대면 수업에서는 그런 경험을 얻기가 어렵다. 전공 인원이 많은 곳에서는 자기 전공 친구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학기가 마무리된다. 내 삶의 중요한 기억들은 지식공동체인 대학 안에서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교수와 동료들과 토론하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경험들을 온라인에서 얻기는 매우 힘들다. 격리가 치매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킨 것처럼 더 이상의 긴 비대면 수업은 학생들의 지식과 삶의 부족함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치사율을 60배 줄이고 코로나19 감염을 단지 감기처럼 넘어가게 만든다. 백신 접종 이후 조심스러운 대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삶이 더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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