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정치외교학과·20)
김정우(정치외교학부·20)

대면이 찾아오고 있다. 입학식도 증발한 채 비대면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해 가장 자유로운 1, 2학년을 비대면으로 가득 채운 나에게, 대면 대학생활은 오히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다. 이런 나와 같은 20학번들을 주변에서는 ‘최악의 학번’이라고도 부른다.

개개인의 대학생활은 그것이 종합된 대학문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학문화는 일반적으로 학년이 뒤바뀌고 새내기들이 들어오는 새맞이 기간(2~4월)에 정리되고 전수된다. 이런 관점에서 20학번은 19학번이 준비한 대면 대학문화를 경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대학을 맞닥뜨려야 했고, 그중 일부는 이에 적응해 21학번을 위해 비대면 대학문화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들이 3학년을 눈앞에 둔 순간 대면이 다시 시작되면서, 비대면 대학문화는 철 지난 것이 될 것이다. 20학번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첫째, 비대면 문화로 계속 생활하거나 21학번이 준비할 대면 문화에 편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대면이었던 과거에 어느 정도 발이 묶여 새로운 대학생활에서는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21학번과 함께 대면 문화를 새로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3학년으로서의 부담과 자신들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막막함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대면 문화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대면·비대면의 삶에 있어 우열은 없다. 그러나 대세가 대면으로 돌아옴에 따라 많은 20학번이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코로나 학번’(특히 20학번)은 어떤 대학생활을 살아왔는가? 가장 큰 특징은 ‘고립된 개인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의 공간에서 홀로 수업을 듣고, 화상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여가시간에는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 비대면 취미를 즐겼다. 대학 소식과 학생들의 생각은 에브리타임으로부터 듣는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각자가 스스로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이동시간을 줄여 양적으로 많은 (비대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의 긴밀한 교류가 줄어듦에 따라 다양함과 다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고, 상대적으로 개인의 시야 또한 좁은 관계 속에서 좁혀졌다. 학생 공동체의 힘과 가능성도 더 약화됐다. 저마다 다른 가치관들이 공공의 영역에서 안전하게 토론되고 현실 속 최선의 답으로 수렴할 때, 우리 공동체는 갈등 속에서도 하루하루 더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학생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안전한 공론장에서 토론되고 타협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저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서 서로를 물고 뜯으며, 그저 자신의 가치관만을 뿜어내다가 끝난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학생회 조직도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이다. 학생회를 하더라도 비대면 상황 속에서 여러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만들기는 어렵고, 사람들이 오래 활동하기보다는 빠르게 떠나려고 한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기록되지 않는) 경험과 지혜가 전승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회에 대한 요구와 책임성은 여전히 드높기에 학생회 활동(특히 대표자)은 그 자체로 부담이 된다. 결과적으로는 열정적이었던 사람들도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손을 떼게 되고, 학생회가 공동체의 리더 구실을 못하니 학생들의 의견이 조직화되지도 못한다. 한편 학생회가 대체로 2학년에 의해 주도되고 3학년이 최고 리더에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고려했을 때, 이런 공동체를 이어나가는 것과 바꾸는 것 역시 20학번에게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대학생활을 대면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하면서도, 자신도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대면) 공동체의 기능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 당장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일단 당장 오늘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고, 글의 분량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핑계로 그 대답을 미뤄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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