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정 전문위원(의대 건강사회교육센터)
박미정 전문위원(의대 건강사회교육센터)

2019년 12월 31일 중국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사례가 보고된 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의 공존은 시작됐다. 실제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그 존재로 인해 우울하고 불안했다. 공중 보건학적, 과학적, 윤리적, 법적 관점에서 다양한 부딪힘이 있었다. 일하는 시간과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바뀌었고, 쇼핑하고, 식사했던 사생활이 공적인 데이터가 되기도 했다. 공중 보건을 위해서 개인적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당황스러웠다. 공중에게는 최선인 것이 개인에게는 좋은 것이 아닐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원리와 기전을 반복해 확인하면서 여러 유형의 공중 보건 조치를 시행했다. 또 과거와는 전혀 다른 mRNA 백신이 개발되자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정식으로 충분히 따지지 않고, 긴급 사용 승인을 해 접종했다. 그런데 백신의 보호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고, 예방 접종 후에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백신 접종률이 80%가 돼도 코로나19로 사망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매년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많다. 

세계 어느 나라의 공중 보건 조치도 결정적으로 바이러스를 몰아내지는 못했다. 국가의 부나 우수한 의료 시스템이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것도 아니었다. 예방 접종률이 높아진 나라의 확진 사례 증가는 진정되고 있지만,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다. 세 번째 백신 접종을 받은 미국인의 수는 초기 접종자를 추월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5% 미만이다. 국가 간, 지역 간 백신 접종률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전염성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로 진화하는 기회가 됐고, 감염병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나 감염될 수 있고, 확진자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적절하거나 적어도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를 손에 쥘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알아낸 과학적 사실과 코로나19 대응에서 배운 교훈에 기대어 살아야 한다. 

감염을 예방하는 습관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군중을 피하고, 손을 씻고, 환기하는 것이리라. 그 결과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는 증상이 없더라도 집에 머물기로 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효과도 강력한 경피용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주사기의 고통과 공포 때문에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에겐 희소식이다. 저렴한 휴대용 고효율 미립자 공기(HEPA) 필터가 공기 중 바이러스 입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하니 ‘잇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리두기의 목표와 방정식은 불안정한 바이러스 확산의 패턴만큼이나 가변적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살기로 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감염병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환경과의 관계가 어떤지 반영했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성찰하게 했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생태학적 틈새를 선택하여 파고들고, 확장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건강이 우리 모두의 건강을 결정할 수 있다. 소외와 배제, 사회적 분열, 민족주의는 세계인의 안위를 위태롭게 했다. 가상의 세상과 디지털 세계의 길은 넓어졌지만, 양극화는 더 심각해졌다. 팬데믹 동안 많은 나라에서 우울증과 불안 장애가 증가했고, 여성과 젊은 연령층에서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건강 불평등도 악화했다. 우리는 코로나19와 어울리며 더 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옳은 질문을 하면 정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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