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철 법학부ㆍ01

‘3ㆍ1 서울대인 비상총회’ 이후 총학생회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투쟁에 대해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학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교육투쟁의 대표적인 쟁점인 ▲상대평가제 폐지, 학점취소제 도입 등 학사관리 엄정화 반대 ▲학부대학-전문대학원 체제 전면 재논의 ▲등록금 인상분 반환에 대한 서울대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상대평가제와 학점취소제 (신의철 법학부ㆍ01)

학사관리엄정화 방안의 일환인 상대평가제는 작년 2학기부터 강제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수강인원의 30%는 반드시 C이하의 학점을 받게끔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상대평가제는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성취도를 평가하는 희한한 제도이다. 이 제도 하에서는 나의 점수가 9점이건 99점이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오직 ‘남보다만’ 잘하면 되기 때문이다. 상대평가제는 ‘얼마나 아는갗가 아닌 ‘얼마나 이겼는갗를 평가하는 경쟁성취도 평가제도이며,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배틀로얄’이다.

또한 상대평가제는 타율에 기반한 시대착오적인 제도이다. 학생들의 자발적 학습동기보다 강요된 경쟁에 의해서 타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발상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초ㆍ중ㆍ고 교육 일선에서조차 획일적이고 타율적인 교육을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대다. 이러한 때에 오히려 시대를 선도해야 할 대학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타율성에 의존한 교육을 추진하고자 하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일률적으로 상대평가제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각 수업의 특성에 따라 교수의 재량에 맞게 학점을 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진취성과 고민이 살아있는 시도와 모색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학점취소제는 낮은 점수를 받았거나 재수강이 곤란한 과목에 대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이수학점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이미 고려대, 한양대, 부산대, 단국대, 인천대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불필요한 재수강을 방지하고 학생들이 바라는 방향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제도이다.

군대를 갔다오거나 휴학을 한 학생들 중에는 교과 과정의 변화로 재수강하려던 과목이 폐강돼 전혀 다른 대체과목을 들어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전과생들 중에는 전체 평점을 높이기 위하여, 아무 상관없는 예전 과의 수업을 재수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목에 대해 이수를 취소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재수강 대신 듣고 싶거나 필요한 다른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학점취소제가 도입되면 학점 인플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이미 학생들은 학점을 높이기 위해 거의 대부분 재수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취소 학점 수를 4학년 1학기에 9학점 정도로 제한한다면, 이 제도로 인해 학생들이 수업에 무책임해질 것이라는 다른 일각의 우려 역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을 선택하고 들을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학점취소제는 선택권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