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공포'란 이런 것

  예쁜 것이 무서울 수 있을까. 영화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에서는 흔히 생각하는 공포영화와 다른 분위기를 만난다. 장식장의 호화스러운 자기, 화사한 꽃무늬 벽지와 고풍스러운 앤틱 가구. 영화에서 이들은 단순한 소품이나 배경을 넘어 선다. 이는 '버스 정류장'(감독: 이미연)에서 신고식을 한 바 있는 미술감독 조근현씨의 작품이다.


  '장화, 홍련'은 우리 영화로서는 드물게 섬세한 미술 효과로 아름다운 영상을 선보여 흥행에 한 몫을 했다. 그는 "제작비를 많이 들이는 것보다도 영화 기획 단계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제대로 구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그는 실내 장면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영화의 전체 이미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벽지를 고르기 위해 수백 가지를 일일이 검토 후 결정했다. 


  여기에 촬영, 조명, 미술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완전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일정한 색감을 유지하기 위해 조명감독과도 촬영기간 내내 호흡을 같이했다.


  한편 국내 영화에서 시각요소 전반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미술감독 이외에도 '프로덕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등으로 다양하다. 조 감독은 "이는 고도로 분업화된 헐리우드 제작 시스템과는 다르다"며 "실제 영화 제작시에는 '일당백'을 해내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요즘 그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따뜻한 가족사를 다루는 박흥식 감독의 차기작 '인어공주'를 준비중이다. '장화, 홍련'에서 섬뜩한 보색 대비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그의 감각이 어떤 식으로 '따뜻함'을 표현할지 눈 여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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