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웅 사회대 학생회장 정치학과ㆍ02

31일(목) 비상총회에 참여하고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지난 『대학신문』을 받아들었을 때 매우 참담한 기분이었다. 편향된 보도는 물론이고 악의적인 공격까지 일관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만 하더라도 노동자 파업 시 파업지도부의 인터뷰 한 줄은 실어주는 법이다. 하물며 『대학신문』이 서울대의 학보로서 논쟁의 장을 열어가고자 한다면, 비상총회의 비민주성을 강력한 어조로 ‘개탄’하기 이전에 비상총회에서 가결된 요구안에 대한 분석기사가 있어야 했다. 사전에 부탁했음에도 소자보 중 일부 원색적인 어구들만을 취재하여 실은 만평은 그 중 압권이었다. 또 자세한 설명 없이 게재된 선정적인 사진은 한 장의 보도사진이 지닐 수 있는 위력을 생각했을 때, 게재 여부와 그 방식이 신중하게 검토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사정족수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2002년의 비상총회가 지금과 어떻게 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신문』은 확실히 그때와 다른 듯하다. 2002년 점거에 대해 “이 시점에서 전후 맥락을 다 자르고 강탈이니 폭력이니 불법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해가며 학생회의 도덕성만을 논하는 것은 본부의 독단적 학사운영에 대한 면죄부에 다름 아니다”라고 적었던 것이 『대학신문』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제 대정부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투쟁의 방향을 제시하던 것이 『대학신문』이었다. 반면 비상총회의 추운 날씨에도 개회선언을 기다리던 학우들과, 늦은 밤까지 남아서 요구안 전달을 지켜보던 학우들, 그리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농성을 결의했던 학우들의 열망은 지난  『대학신문』에서 삭제되었으며 민주/폭력의 구도만이 존재할 따름이었다.

현재 9일째 춥고 어두컴컴한 본부 3층 복도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은 여전히 실무 책임자들의 답변과 총장님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출타 중인 총장님과 이제야 검토를 시작한 본부 관료들을 두고 교육투쟁을 접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이후 진행될 교육투쟁을 전하고 논쟁의 장이 돼줄 『대학신문』의 보다 성숙한 보도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