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종 자연대 교수ㆍ물리학부

고 이휘소 박사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나1968년 미국으로 귀화했다. 6.25사변 직후 도미해 1956년 마이애미대학 졸업, 1958년 피츠버그대학 물리학 석사학위 취득 후, 1960년 펜실베니아대학 아브라함 클라인 교수(Abraham Klein)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1960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정회원으로 발탁됐고, 1962년에는 27세의 나이로 펜실베니아대학 정교수에 부임했다. 1966년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의 정교수로 초빙됐으며, 1973년에는 미국 페르미 입자가속기연구소 이론물리부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당대 어느 물리학자보다도 넓은 연구주제와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다양한 업적들을 보면 자연에 숨어있는 대칭원리(symmetry principle), 핵붕괴의 기본원리인 약한 힘(weak interaction)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끈질기게 연구해 이에 커다란 족적들을 남기게 됐음을 알 수 있다.

대칭원리에 대한 관심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시절 당시 겔만(Gell-Mann)이 제창한 SU(3)대칭성의 ‘쿼크’모형(Quark Model: 양성자, 중성자와 같은 핵자들은 내부에 3개의 쿼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모형)에서 비롯됐다. 그는 겔만 ‘쿼크’모형이 소립자들이 가지는 1/2값의 스핀을 고려하지 않았음을 간파하고 확장대칭성 SU(6)의 ‘쿼크’모형을 최초로 제창했다. 60년대 그는 끈질기게 쿼크 모형의 대칭성과 ‘전류대수’, 그리고 이들의 표현방법론(phenomenological Lagrangian)을 제시하는 연구에 매달려 이 분야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 이들 연구결과를 집대성해 1972년 카이랄동역학(Chiral Dynamics)이라는 저서를 발표했는데, 이 저서가 이후 고에너지이론의 발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약한 힘은 전자기힘과 기본원리가 비슷하다고 이미 알려져, 이들을 동일한 원리로 설명하려는 제안이 60년대 살람(Salam), 글라쇼우(Glashaw) 특히 와인버그(Weinberg)에 의해 제시됐다. 전기힘과 자기힘은 다르게 보이지만 맥스웰(Maxwell)이 전자기이론으로 통합시킨 것과 동일한 착안이다. 이 통합이론은 수학적으로 복잡한 ‘비가환게이지이론’ (nonabelian gauge theory)을 구사해 만들어진 이론인데, 당시 미해결문제는 ‘왜 약한 힘과 전자기힘이 우리에게 다르게 인식되는가?’였다. 누구나 일상 생활에서 전자기힘은 경험하고 있지만 약한 힘은 경험한 적이 없음을 구체화한 질문이다. 이 박사는 이 문제가 진공과는 다르게 초전도 물체에서 빛과 전자기파동이 퍼져나가지 못하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올바른 직관이었다. 통합이론에서 약한 힘과 전자기힘의 대칭성이 실제 세상에서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방법은 비가환게이지이론의 초대칭현상인 자발붕괴(spontaneous breaking)방법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이 방법이 미시 세계의 기본원리인 양자법칙(quantum physics principles)과 부합함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1971년 터프트(‘t Hooft)와 벨트먼(Veltman)은 마침내 이를 설명해냈다. 그러나, 이들의 증명방법은 워낙 계산이 복잡하여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박사는 즉각 경로적분법(path integral method)을 구사하여 진쥬스탕(Zinn-Justin)과 함께 극히 중요한 일련의 연구논문들에서 터프트-벨트만의 재규격 가능성을 알기 쉽게 재증명했다. 비록 재증명이지만 이 박사의 연구가 없었다면 학계에서 터프트-벨트만의 증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지체됐을 것이다. 그는 물리학자로서 가장 왕성한 연구활동 중간에 서거했는데 직전 6개월 기간 중 대칭성, 약한힘 그리고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주옥같은 논문을 4편이나 발표했다. 뛰어난 업적뿐 아니라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전세계 학계에서는 그의 서거를 더욱 안타깝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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