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약으로 이산화탄소를 먹고 사는 숲의 경제적 가치 증가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하려는 노력 기울여야


지난 식목일,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많이 발생하였다. 양양지방의 대형 산불은 관동팔경의 하나인 신라 고찰 낙산사를 전소시키고 동종을 녹여버리는 등의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하였다. 최근 5년간 식목일에 발생하는 산불 건수가 봄철 다른 날짜에 발생하는 산불의 3배가 넘는다고 하니, 식목일에 새로 심는 나무보다 태워버리는 나무가 더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산불로 인해 파괴된 숲의 기능이 복원되기 위해서는 30년 이상이 필요하고, 토양 미생물 등 완전한 생태계가 복원되기까지는 최소 50년에서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숲은 공기와 수질을 정화하고, 토양 수분 저장 능력을 증대시키는 등의 유용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에서 ‘이산화탄소를 먹고 사는 존재로서 숲’의 기능이 주목되고 있다. 최근 발효된 기후협약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5% 줄여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도상국에 속해 있어 이러한 규제로부터는 조금 자유롭지만, 2000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에 육박하고 1990년도 대비 증가율이 세계 2위이기 때문에 곧 기후협약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기후협약에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부여하고 있어 국제 기준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정부나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고, 배출 기준을 넘긴 정부나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온실가스 배출권의 거래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국외의 땅을 임대하면서까지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 이제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것은 자연 보호의 차원을 넘어선 경제적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숲은 1960~70년대 대대적으로 벌인 산림녹화사업의 성공으로 이산화탄소 흡수가 가장 왕성한 30~40년생 나무들이 많은 ‘젊은 숲’으로서 높은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나무줄기에 탄소화합물 형태로 쌓이게 된다. ‘젊은 숲’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한번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나무줄기 등에 저장해 놓는다.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숲은 이산화탄소를 가두어 놓을 수 있는 거대한 탄소 저장 창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숲이 파괴되면 그동안 산림이 자신의 체내에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다시 모두 대기 중으로 내뿜어 버리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숲의 파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셈이 되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양양지역 산불로만 약 200ha가 피해를 입었으니, 단순 계산으로 연간 약 100t 이상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최근 관측 자료에 따르면 산림 파괴로 인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량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부주의 탓에 수십 년 가꾼 숲이 재로 변해버리거나, 소수만을 위한 골프장 등 레저 타운을 만드느라 숲이 없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문제에서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에 따른 경제적 문제까지, 어쩌면 숲은 미래의 유일한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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