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소설가 이창래 교수(프린스턴대) 학술강연

지난 4월 29일(금) 서울대를 방문한 재미소설가 이창래 교수(프린스턴대)는 ‘소설 『가족』, 그리고 나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열린 학술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했다.

이 교수는 동양인 이민자가 겪는 정체성의 문제와 사회 속의 갈등을 다룬 『영원한 이방인』과 『제스처 라이프』로 미국 도서상, 아시아계 미국인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3번째 작품인 『가족』(원제 Aloft)은 이탈리아계 이민 3세대의 가족 해체 문제를 다룬 소설로 타임지의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에 선정됐다. 이 책은 지난 4월 번역돼 국내에 소개됐다.

이날 강연회는 소설 속 주인공 제리 배틀이 비행기를 타고 바라본 롱아일랜드의 교외 풍경을 묘사한 장면을 이 교수가 낭독하며 시작됐다. 그는 “이 장면은 실제로 내가 비행기를 타고 본 풍경으로 이 소설에 대한 영감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내가 성장하기도 한 교외는 도시 문제에서 벗어난 평화로운 공간인 동시에, 삶의 중심에서 벗어나 소외되고 고립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는 “소설을 통해 환경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정체성과 소속감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적 규율이 적용되는 집에서는 소속감을 느끼지만 공적인 공간에서는 자신감이 없는 이방인이었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인간 정체성에 있어 공간이 중요함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민자의 자아정체성보다 ‘보편적 인간’의 모습 보여주려 해


이 교수는 “이전 소설에서 이민자의 자아 정체성에 천착했다면, 『가족』에서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백인 이민 3세대 주인공은 이미 주류문화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이민자로서의 의미가 희석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실제로 이민 3세대는 선조들로부터 많이 벗어났다”며 “아내가 겪는 이민자로서의 고통에 철저하게 무관심한 제리 배틀의 모습을 통해 주류사회에 애써 편입하려는 그의 자기모순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손영주 교수(영어영문학과)는 “그동안 이 교수의 작품이 ‘아시아계 미국인’의 작품으로서 평가받아 온 측면이 있었지만, 『가족』은 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사회를 맡은 안지현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이번 강연회에서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정체성 탐구를 넘어서서 미국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더욱 편안하고 서정성이 강해진 문체를 선보인 이 교수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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