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초청 강연회 ‘한국의 민주화와 학생운동’

지난 27일(수) 오후 2시 ‘한국의 민주화와 학생운동’을 주제로 83동 204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사로 나섰다. 이 강연회는 서울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주최로 열렸으며 김세균 교수(정치학과)의 기조강의, 김 장관의 본 강연, 청중과의 질의․응답 순서로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학생운동의 근본적 문제제기가 사라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 이 강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강연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 65학번으로 재학 시절 학생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김 장관은 “일본, 중국의 국가주의적 태도로 한반도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운동 세력은 이에 대응하려는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로 운을 뗐다.

 

87년 민주화 이후 재야 민주화 세력이 노동자·민중 입장을 대변하는 독자적 세력과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하는 세력으로 분화됐다는 김세균 교수의 분석에 대해 김 장관은 “그러한 분석이 곧 실천적 선택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민주화를 이끌어낸 세력이 반드시 노동자·민중 계층의 입장만 대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경제를 살려달라는 다수 국민들의 요구를 중․장기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국민들의 대타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학생운동 세력의 협조를 요청했다.

 

또 김 장관은 현 동북아 정세와 관련된 견해도 피력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에 참여시키고 6자회담을 다자간 협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북한과의 정치적 협의는 현재로서는 민감한 부분이라 추진하기 어려우므로 경제 교류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동북아 지역의 경제협력이 증대하는 추세와 관련해 “한·일 FTA나 한·중 FTA 등의 공동자유시장을 다른 국가들보다 한 발 앞서 동시다발적으로 설계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중들의 질문이 활발히 이어졌다. “과거 독재정권과 같이 뚜렷이 눈에 보이는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갚라는 이수현씨(농경제사회학부·04)의 질문에 김 장관은 “학생운동을 통해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큰 꿈을 가지고 일반 시민이나 다른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또 “집권층이 된 민주화 인사들이 기만적인 개혁을 하고 있지 않나”라는 한 사회과학대 학생의 지적에 대해 “세련되고 노련한 정치를 하라는 정치계의 요구 때문에 기존 정치조직의 분위기를 깨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연 중 국민적 대타협과 잠정적 합의를 강조했는데 그러한 사회적 합의주의의 구체적 상은 무엇인갚라는 이주원씨(법학부·04)의 질문에 대해서는 “내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구체적 발언은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김 장관은 “뉴라이트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갚라는 질문에 “뉴라이트 운동세력은 과거 냉전·수구 세력과 단절되지 않은 변형된 보수 세력이며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만한 비전이나 도덕성이 결여돼 있다”라고 답변했다. 강연이 끝난 후 자유주의 연대 등 뉴라이트 세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에 반발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장관의 본 강연은 강연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이야기는 적었으며, 강연자의 현재 정치적 지향점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할애돼 아쉬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강연회에 참석한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김 장관이 학생운동을 하면서 절실히 느꼈다고 말한 지식인으로서의 분노와 공포감에 공감하지만, 오늘날 마치 완전한 민주화가 이뤄진 것처럼 보는 견해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더욱 성숙한 민주화를 위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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