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의미를 묻다
사라지는 것들의 의미를 묻다
  • 대학신문
  • 승인 2005.05.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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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소설가 전상국
‘소설 속으로 기차가 지나간다’는 경춘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 ‘김유정역’과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다. 그리고 이곳은 『아베의 가족』, 『우상의 눈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전상국 교수(강원대ㆍ국어국문학과)가 1985년 서울을 ‘탈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함께 ‘더하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유정역 앞에 있는 ‘봄[]봄 막국수’ 집에서 그를 만났다.
“소설 얘기는 나중에 하고 막국수부터 들어요. 아줌마, 여기 총떡 하나랑 막국수 두개 줘요.” 이전 소설에서 슬쩍 엿봤던 그의 고민처럼 엄숙하고 무게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깨진다. “막국수는 막 만든 국수가 아니예요. 먹는 사람을 위해 이제 막 말은 국수라는 뜻이지요. 막국수를 먹을 때는 육수를 조금 붓고 겨자를 ….” 긴장감이 풀리고 이내 편안해진다. 그리고 푸근하다.

막국수 집을 나오니 갑자기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땡볕’이다. 그와 함께 김유정 소설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내가 김유정에게 빠졌던 건 탁월한 언어 감각 때문이었습니다. 29년을 살면서 31편을 남겼는데 지금도 그의 소설을 보면 기가 죽어요. 그리고 한자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민중의 언어를 사용했죠. 낙엽을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떨잎은 지고’랍니다.” 그가 춘천에 들어온 이후 ‘김유정문학촌’을 세워 촌장을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 교수는 지난 4월, 9년 만에 중[]단편 소설집 『온 생애의 한순간』을 냈다. 자기 안에 쌓아놓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려온 탓일까. 이전 소설들보다 읽는 부담이 덜하다. 그리고 놀라게 된다. 젊은 작가들의 감각이 그의 손끝에서 묻어나고 있다는 점과 생각보다 ‘가볍다’는 것이다. 표현의 감성이 두드러진다.

김유정 생가 대청마루에 앉아 그에게 ‘변한 이유’를 물어 보았다. “예전에 글을 쓸 때는 한국사회에서 분단문제, 존재론적인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예전에 가볍게 생각했던 섹스, 자유, 일상에서의 분노, 자연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되었죠.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지만 가벼움과 무거움의 넘나듦이 있는 것, 무겁고 엄숙한 것에서 벗어나 가볍지만 그냥 흘려 버릴 수 없는 문제점을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통해 담아 봤어요.”

이번 소설집에서는 일상 세태를 풍자한 「한주당, 유권자 성향 분석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7편의 소설이 ‘사라짐’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독자를 긴장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잊고 있지만 사라진 이유, 사라지게 만든 사람들의 책임 등을 각성시키며 의문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무엇인가 없어지고 그것을  찾아가는 추리적인 수법을 쓴 겁니다.”

‘어휘력이 부족하다. 문장력이 없다. 주술관계 호응이 안 된다.’ 전 작가가 학창시절 쓴 글에 대한 국어 선생님의 평가다.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것을 인식하게 되면 극복하고자 노력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그는 젊은 작가들의 글을 꾸준히 찾아본다.
“그들을 따라갈 수는 없어도 이해하려는 마음은 가지고 있어요. 그들과 만날 때마다 항상 절망하게 되지요. 하지만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그들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찾거나 포기해요. 포기한다는 것은 내가 결코 추구할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들 때죠. 사이버 문학은 마우스가 움직이고 모니터가 깜박일 때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올 8월에 정년을 맞는다. “쥔 것을 모두 놓아야 하는 시간인데 글 욕심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는 소설 후기처럼 그는 “이제 글쓰기에만 전념해 대표작을 남길 때가 됐지요”라며 김유정 생가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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