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교 총장선거에 국가권력이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이 우려하던 대로 지난 19일 공포되었다. 그 핵심내용은 간선제를 한다면 정부의 개입이 없겠지만 직선제를 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의 통제 하에서 총장선거를 치르라는 것이다. 총장직선제의 경우 선거운동과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대학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사무를 위탁하고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을 준용하여 적정한 선거관리를 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모든 국립대학이 공정한 총장선거를 치를 능력이 부족하니 국가가 대신 공정한 선거의 규칙을 마련해주고 관리하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전근대적인 법적 후견주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특별히 헌법을 통하여 보장되는 헌법적 지위를 가지는 가치이다. 어떠한 국가나 단체이든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는 데 타인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자율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 비추어보면 총장을 선출할 때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필요조건들 중의 하나다.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국회의 다수가 그저 간단하게 이유를 들어 법률을 제정하기만 하면 제한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물론 국가가 총장선거방식에 간섭하는 것이 정당할 수도 있다. 그러한 때에도 제한할 만한 강력하고 긴박한 근거가 있을 때 그 제한은 정당할 터인데, 총장선거가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는 추상적인 이유만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하여도 된다는 발상은 너무도 일면적이고 부당하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하여 총장선거에 간섭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과연 현재의 국립대학교 총장선거가 그렇게도 불공정하고 부작용이 심각한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총장선거통제라는 수단이 과연 필수적이고 적절한지, 그리고 이를 통해 달성할 이익과 발생할 손해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있는지를 국회와 정부가 검토나 하였는지 묻고 싶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다양한 대학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총장간선제가 직선제보다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총장직선제와 간선제 사이의 선택 문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경우처럼, 해당되는 제도의 역사적 맥락과 복합적 요인들을 고려하고 진지한 논의를 거친 후에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지금처럼 정부가 간선제를 하라고 느닷없이 강제하거나, 적절하지도 않을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한 단순법률논리를 들어 대학 외부의 선거관리위원회의 통제 하에 총장선거를 치르라고 강제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의 핵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다. 대학구성원들과 공정한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대학 내부의 총장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처럼, 공정성과 민주성을 담보하면서도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대안들도 있다. 만일 국회와 정부의 뜻대로 총장선거가 선거관리위원회의 통제를 받게 된다면 민주화 이후 가까스로 대학이 획득한 자율성 중에서 도대체 무엇이 남아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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