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운 서어서문학과ㆍ99

이중국적 허용문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 왔다. 자국민 수의 감소를 막기 위해 이중국적을 권장하는 이스라엘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미국의 태도처럼 자국민의 여부에만 주목할 뿐 그 사람이 다른 나라의 국적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지는 문제삼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다. 그 사람의 행동이 자국의 이익과 충돌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이중국적 소지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 주류적 경향이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중국적 문제의 핵심은 이와 초점이 다르다. 개정 국적법 발효 전후로 발생한 국적 이탈자 가운데 조부모ㆍ부모가 정ㆍ관ㆍ학ㆍ재계 인사들과 국ㆍ공립대 교수 등 이른바 고위층인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국적 포기 사유로 병역 면제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고위층 자녀로서 권리와 특혜만 누리고 대한민국 남성의 최소한의 의무인 군복무를 피하려는 고위층의 국적 포기자들에 대해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나라의 녹을 먹는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가 국적을 포기하면 누가 대한민국 국민임에 만족할 수 있겠으며, 타당한 이유없이 국적을 포기한 교수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어떤 의식을 갖게 될지 의문이다. 공동체 의식에 무감각한 사람이 나라를 이끈다면 그 나라의 공동체 의식은 무너질 것이다. 국적 포기는 단순히 개인의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으로서 건전한 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권리만을 누리고 의무는 행하지 않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한편 국가에서 의무를 충실히 행하는 경우 이중국적에 대해 너그러운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중국적자들은 단지 한국 국적 외에 외국 국적을 하나 더 가진 것에 불과하고 그들도 우리 국민의 동등한 일원임을 인정해야 하며, 그들이 국가의 의무를 다한다면 그에 따른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 고위층의 ‘얌체 짓’이 만연한 분위기에서 이중국적 허용에 대한 국민의 공감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중국적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열린 태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사회 ‘고위층’의 성숙한 선택과 모범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