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문익점 선생과 같은 심정으로 미니무균돼지 체세포 들여와... 지적 재산권 서울대에 있어 줄기세포 복제 실용화돼도 상업화 어려울 것

황우석 석좌교수(수의학과)가 지난 5월 30일(월) 관악사 910동 공연장에서 열린 제3회 관악사 콜로키엄에 초청돼 ‘생명공학과 국가발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복제성공 기자회견’ 이후 열흘만에 열린 첫 공개강연으로, 7백여 명의 학생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강연에서 황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복제 및 바이오장기 연구의 필요성 ▲미니무균돼지 생산과 바이오장기이식 연구과정 ▲배아줄기세포 복제 연구과정 등을 2시간에 걸쳐 설명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황 교수는 돼지의 장기에 대해 “사람의 장기와 유사한 크기이고, 임신기간이 11주로 짧으며, 감염원이 적어 무균사육이 가능하다”며 “기능부전 상태에 빠진 환자들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6년 전 외국의 한 학술지에서 인간화 돼지(humanized pig)의 출현시기를 2040년경으로 예견한 바 있는데, 이보다 훨씬 빨리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가수 강원래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번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복제 연구성과가 척수 손상 등의 치료에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미니무균돼지 연구과정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2002년 12월 미국 시카고 의대 김윤범 교수가 미니무균돼지 5마리를 연구용으로 기증할 뜻을 밝혔으나 운송료가 한 마리당 5천만원에 달해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었다”며 “9ㆍ11 테러 직후의 복잡한 행정적 절차를 거칠 여유가 없어 연구진이 직접 미니무균돼지의 체세포만을 떼어내 냉동시켜 몰래 가져왔는데, 마치 고려시대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들여올 때와 같은 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배아줄기세포 복제 연구성과갭사이언스」에 게재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황 교수는 “45명의 연구팀 가운데 단 5명만 입장이 가능할 만큼 보안이 철저한 연구실과 실험과정을 살펴본 미국 피츠버그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이제 섀튼의 시대는 끝났다. 내일은 우석의 해가 뜰 것’이라고 극찬했다”며 “이후 섀튼 교수의 초청으로 미국에 갔더니 「사이언스」에서 커버 논문을 결정하는 저명한 학자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생명윤리학자들이 줄기세포 복제에 관한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처벌을 요구하며 고발 조치했다”며 “아직 우리 연구팀은 답변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10년 후에도 나의 연구가 비윤리적,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면 미련없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줄기세포 복제가 실용화되면 상업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지 않느냐”는 한 공대 학생의 지적에 황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의 모든 지적재산권은 서울대에 귀속되기 때문에 상업화가 어렵다”며 “우리 연구팀의 기술을 국가가 소유한 다음, 수혜자 부담이 가능한 사람에게만 필요 비용을 받고 이를 공익재산으로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제공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강연에 참석한 윤소연씨(종교학과ㆍ03)는 “세계적인 업적 이면에 감춰진 대선배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면서도 “학생수에 비해 강연장소가 너무 협소했고 주최 측이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해 강연 내내 불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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