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동 앞, 법학 100주년 기념관과 미대 사이, 자하연 주위에 광장 생겨... 주변 담장 허물어 서울대ㆍ관악산ㆍ지역사회 잇는 개방형 캠퍼스 조성 추진

해외 유수 대학은 물론, 국내 대학에서도 친환경 캠퍼스의 물결이 일고 있다. 연세대는 캠퍼스 내 차도 위주 거리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꿔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있으며, 국민대는 학내에 보리밭을 조성하고 천연 잉크로 신문 만들기를 시도 중이다. 이에 발맞춰 서울대도 에코 캠퍼스 대열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걷고 싶은 거리’, 어떻게 바뀌나?

경영대에서 중앙 도서관 남쪽 계단 구역까지 이뤄지는 ‘걷고 싶은 거리’ 1단계 사업은 오는 7월 중순 시공돼 개교기념일에 맞춰 준공된다.

약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공되는 이번 사업에는 ▲83동 앞, 법학 100주년 기념관과 미대 사이, 자하연 주위에 광장 조성 ▲보행자 중심의 보도를 위해 평상시 모든 자동차를 83동까지만 출입 허용 ▲생태환경과 빗물의 원활한 배수를 위해 보도블록을 흙벽돌과 화강석 포장으로 교체 ▲가로등, 벤치 등을 새 디자인으로 교체 ▲식수(植樹)를 통한 녹지 확보 ▲가로등의 조명을 더 밝은 조도(照度)로 조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자하연 주변은 티테이블이 마련되고 자작나무 숲이 조성되는 등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한편 아크로폴리스 광장은 역사적ㆍ문화적 가치 훼손 문제로 1단계 사업에서 제외됐다.

◆ 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

이번 사업은 기획실 주관으로 본부 시설관리국이 실무를, 김진균 교수(건축학과), 성종상 교수(환경조경학과), 임승빈 교수(조경ㆍ지역시스템 공학부), 황기원 교수(환경조경학과) 등으로 구성된 ‘걷고 싶은 거리’ 추진 위원회가 자문을 맡는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세부계획 조정이 남은 상태다.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새로운 길과 광장에 대한 이름을 공모할 예정이며, 이후 2단계 ‘걷고 싶은 거리 공사’가 시작된다. 또 현재 남-북 방향의 ‘걷고 싶은 거리’를 보충할 동-서 방향의 3, 4, 5단계 계획이 구상 중에 있다.

황기원 교수(환경조경학과)는 “‘걷고 싶은 거리’는 장기적으로 학교상징물(UI) 교체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캠퍼스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유비쿼터스가 구현된 후에는 고대 그리스와 같은 야외 수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코 캠퍼스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대와 관악산, 지역사회가 연결된 개방형 캠퍼스 조성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관악구청의 협조 하에 캠퍼스 주변 담장을 허물기로 합의했으며, 이후 공사 중인 미술관이 완공되면 정문을 통하지 않고도 숲과 미술관을 통해 교내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한편 건조한 버들골에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올 가을까지 생태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 중앙도서관 터널을 개조하고 인문대 1동 건물을 북 카페와 같은 형식으로 리모델링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검토 중이다.

◆ 사업 추진의 어려움은?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난관은 예산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황 교수는 “몇 천만원, 몇 억원 규모의 기부도 중요하지만 소액 기부 중심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외국처럼 적은 액수를 기부한 사람이라도 벤치나 보도블록에 이름을 새겨 기부자가 캠퍼스와 함께 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83동까지 차량 통행이 제한되면 약 50여 대의 주차 공간이 사라져, 주차 공간 부족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술과 오현근 과장은 “음ㆍ미대 앞 테니스 코트를 차량 25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경해 주차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안전을 위한 오토바이 통행 규제 ▲걷고 싶은 거리 내 식사 배달 자제 ▲주변 음식점 등의 홍보물 부착 방지 등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한편 대부분의 교수들이 찬성 의사를 표한 것에 비해, 일부 학생들은 ‘걷고 싶은 거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변채호씨(환경계획학과ㆍ석사과정)는 “서울대에는 캠퍼스 난개발 문제뿐 아니라 폐기물, 에너지, 교육 등의 문제가 산적해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부와 교수, 학생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총학생회장 정화씨(국어국문학과ㆍ01)는 “현재 셔틀버스 정류장 주변처럼 현수막 게시를 막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걷고 싶은 거리가 학생 자치권을 훼손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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