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이익이 사회로 환원되는 하나의 통로”... 시설 외에 연구 지원에 대한 기부도 활성화돼야

◆ 서울대 기부채납 건물 현황

서울대에는 총 26개의 기부채납 건물이 설립돼 있다. 교수, 학생, 교직원이 이용 가능한 관악캠퍼스의 기부채납 건물은 총 20개로 1990년 4월 삼성전자가 약 42억원을 기부해 건립된 호암교수회관, 같은 해 11월 SK의 전신인 선경이 약 54억원을 투자한 선경경영관(현 SK경영관), 1997년 동원산업이 30억원을 기부해 세워진 동원생활관 등이 있다. 또 낙성대후문 부근 연구공원에는 각각 111억원, 150억원을 투자한 LG연구동, SK연구동이 건립되는 등 2002년에만 총 4개의 기업체 연구시설이 들어섰다. 이외에도 연건캠퍼스에 한국간연구재단 등 2개의 기부채납 건물이 있다. 

기업체 및 재단의 대학 기부채납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양문화재단 정석규 이사장이 약 30억원을 출연해 공대 44동 부근에 신양학술정보관이 세워졌다. 올해 말경 건립 예정인 CJ인터내셔널센터도 기부채납의 증가 추세를 반영한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김인걸 교수(국사학과)는 “기부채납이 기업 및 기부자의 이름을 딴 건물이나 연구소 등 시설 측면에만 치중돼 있다”며 “도서 구입이나 대학원생 연구 등 직접적으로 학문에 보탬이 되는 기부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기업의 기부문화를 둘러싼 논란

지난 5월 이건희 삼성회장의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식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는 기업의 기부문화에 대한 우려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다함께 고대모임’은 학위수여 반대시위를 전개하면서 “이 회장이 무노조 경영으로 벌어들인 돈을 대학에 끌어들이는 꼴”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기부문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윤리경영팀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이 사회로 환원될 수 있도록 북돋워 주지 못할망정 의욕을 꺾어버리는 것이 오늘날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라며, “기업의 사회공헌은 대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대학으로 들어가는 기부채납만 확대 해석해 ‘지성의 산실인 대학이 자본에 잠식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무처장 변창구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대학은 유한한 자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정적인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기부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기부채납으로 인해 대학에 상업적인 문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는 외부에서 지원을 받는 과정과 이를 활용하는 과정을 분리시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타 대학의 기업 기부 사례

이화여대에는 SK에서 103억을 기부채납 받아 건립한 SK텔레콤관, 신세계가 150억원을 지원해 올해 8월경 완공되는 이화신세계관이 있다. 지난 5월 16일(월)에는 이화삼성캠퍼스센터(ESCC) 기공식을 가졌다. 2008년 개소를 목표로 하는 이화삼성캠퍼스센터는 삼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기부채납 받았다.

연세대도 삼성으로부터 120주년 기념도서관 건립기금으로 약 300억원을 지원받았다. 연세대는 총 공사비의 50% 이상을 기부채납하면 해당 기업체나 기부자의 이름을 붙인다는 규정에 따라 ‘삼성도서관’으로 건물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다. 

고려대의 LG-포스코경영관에서는 경영대 졸업생 중 일정액 이상을 기부하면 기부자의 이름을 강의실 명칭으로 명명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 고려대는 삼성에서 약 400억원을 기부받아 백주년 기념 삼성관을 개관했으며, 25일에는 농심에서 공사비 120억원 중 50억원을 기부채납 받은 고려대 서창캠퍼스 25주년 기념 농심국제관이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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