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개성공단 패션쇼를 보고’장달중 교수(정치학과)

5월 26일(목), 개성공단에서는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선정된 ‘신원’의 공장준공기념 ‘패션쇼’가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장달중 교수(정치학과)가 남한과 북한의 문화 차이와 북한 경제 발전에 대한 제언을 참관기 형식으로 『대학신문』에 보내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5월 26일 마침내 개성공단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북핵문제로 그 동안 ‘개성행 루트’를 닫아 버렸던 북한이 마침내 초청장을 발송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 속에 개성으로 향했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지만 이번 초청의 목적은 개성공단 내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선정된 ‘신원’의 공장 준공기념 ‘패션쇼’(북한에서는 ‘피복전시회’라고 부름) 관람이었다. 지난 1월 완공된 개성공단 신원 공장은 1300여 평 규모에 5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남한에서 파견된 7명의 직원과 북측 근로자 281명이 의류제품들은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이 생산한 제품들은 3월부터 남한전역에서 팔리고 있다. 이 공장의 준공을 기념하기 위하여 마련된 패션쇼에 남한에서 50여 명의 내외신 기자단을 포함하여 400여 명, 북한에서 7명이 초대되었던 것이다. 

개방적인 남한 옷 보고, 북한 여성 놀라기도


패션쇼에서는 20명의 남한 모델들에 의해 남녀기성복 100여 점이 소개되었으며,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에 재학 중인 인기 탤런트 김태희씨가 이 공장에서 만든 옷을 입고 무대위에 오르자 패션쇼는 절정에 이르렀다. 사상 처음 남한 기업이 북한에서 연 이번 패션쇼를 계기로 남북 경협이 본궤도에 오르기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하지만 이날 패션쇼를 관람했던 개성공단 개발 북한 주체인 중앙특구개발 지도총국 인사 7명 중 한 명은 “빠른 배경 음악 때문에 시끄럽고 산만하며 정신이 없다”며 좀 민족적인 냄새를 풍기는 피복전시회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로 나 자신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으니까 북측 인사는 오죽했을까

북측과의 사전 조율을 거쳐 노출이 심한 옷을 자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옷에 대한 문화적 수용면에서 남과 북 사이에는 아직 메워야 할 간극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공장에서 만난 한 여성 근로자에게 어깨가 드러난 원피스에 대한 품평을 부탁했더니 “이렇게 어깨가 다 보이고 몸에 꼭 끼는 옷을 남쪽에서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모르겠습네다” 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개성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57.5달러(우리 돈으로 6만원, 북한 돈으로는 8600원)로 중국의 180달러에 비해 훨씬 싼 편이다. ‘신원’ 측은 아직 일인당 생산성면에서는 중국 공장보다 떨어지지만 앞으로 6`~8개월 사이에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신원’의 박성철 회장은 “이미 예상보다 8개월이나 앞당겨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있다”며 개성공장의 장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아무리 사회주의 체제라 하더라도  경제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어려운 것은 정치가 경쟁원리를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 아닐까. 정치가 경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시켜주기만 하면 북한의 경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자본주의가 발흥하게 된 것은 ‘일을 열심히 해서 부(富)를 축적하는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캘비니즘의 영향 때문이었다. 북한에서도 중국처럼 이제 국가에서 똑같이 나누어 주는 것만 받아서 살던 생활 방식 대신, 자신이 계산기를 두드려 가며 부를 축적하는 것이 정당한 생활방식이라는 믿음을 정치가 심어주지 않고서는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아직 부분적이고,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개성공단에서의 이번 패션쇼를 통한 자본주의 실험은 어떻게 보면 북한 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싹을 틔운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정치가 경쟁을 정당화 시켜줘야


광화문에서 개성공단까지의 거리는 70km.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지만 6단계의 검문, 통과, 그리고 입국절차를 거쳐 2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하는 불편은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서나 남북교류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개성공단을 방문한 남한의 모든 사람들이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개성시내 관광도 하루 빨리 실현되어야 할 우리의 염원으로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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