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극으로 승화한 아귀의 원혼

“아귀! 몸은 수미산만 한데 목구멍은 가늘어 늘 배가 고프다는 아귀! 아! 이 세상에 아귀가 너무 많다. 아귀 지옥이로다!”

부슬비가 내리던 2일(목) 오후 6시, 학관 옆 ‘열린 마당’에서 ‘마당패탈’의 봄 공연 「아귀전」이 펼쳐졌다. 비가오는 울적한 날에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마당극 야외 공연. 그러한 우려를 잠재우는 풍물패의 연주를 시작으로 드디어 공연이 막을 올렸다. 본래 굶주린 귀신을 뜻하는 ‘아귀’는 극 중 소작농이었던 부모님을 여의고, 이에 한을 품어 구천을 떠도는 인물이다. 따라서 아귀는 하층민을 상징하는 도상(icon)으로 기능하면서 오늘날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을 은유적으로 표출하는 역할을 한다.

극은 악덕지주 ‘김 부자’에게 ‘아귀’가 씌여지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탐욕스럽고 오만하기 그지없던 ‘김 부자’는 이성을 잃고 끝없이 먹을 것을 찾는다. 식탐에 눈이 먼 ‘김 부자’는 급기야 자신의 땅을 소작농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게 되고, ‘아귀’가 ‘김 부자’의 몸을 떠나면서 지주와 소작농의 경제적 계급 관계는 희극적으로 소멸된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민수씨(물리학부ㆍ03)는 “선욱현씨의 「아귀랑게」를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 각색했는데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말하고자 했던 바가 잘 표현되지 못한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보통 3주 이상 걸리는 대본 해석 등의 의견 공유 작업을 시간 부족으로 잘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탈춤에서 발전한 집단적 행위 예술인 마당극은 관객과 배우 간의 열린 무대를 기반으로 한다. 흙과 빗물로 뒤범벅이 되면서도 목청을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학우들이 뜨거운 호응과 웃음으로 화답하면서 극의 열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열린 마당’은 어느새 배우와 관객이 혼연일체된 진정한 ‘마당’으로 승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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