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제시한 ‘통합형 논술고사’를 둘러싼 견해의 대립이 심각하다. 이번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는 통합형 논술고사가 이른바 ‘본고사’인지 여부였다. 서울대학교는 통합형 논술고사의 취지와 방식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을 하였는데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아닌 당?정이 정치적인 계산 하에 대학 입시에 관여하면서 이성적인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여당, 정부, 청와대는 본고사에 관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서울대학교가 제시한 통합형 논술고사를 본고사라고 비난하였다. 그 비난의 방식과 양태, 그리고 동원된 언어들은 매우 조악했고 피상적이었지만 받아넘기자. 이 논란은 국민이 염려하는 그런 본고사가 아닌 방향으로 논술고사의 내용과 범위를 확정하면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각 대학은 내신, 수학능력시험, 면접고사 등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내신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수학능력시험도 등급제를 도입함으로써 변별력을 상실하였다. 통합형 논술고사는 그 보완책으로 도입된 것이다. 해외 유수대학에서도 논술은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서울대학교 입시의 애로사항을 고려치 않고 국가 교육의 문제점을 서울대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현 당?정의 태도는 무책임하기도 하려니와 대학의 자율성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명하게 문제를 풀기는커녕 공교육의 폐해를 서울대학교에만 전가시키면서 오히려 복잡하게 만드는 당?정의 태도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현재로서는 하루빨리 통합형 논술고사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도 말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의해 ‘교과에 충실하며 독서를 통해 기본소양을 갖춘 학생이면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를 개발하겠다는 서울대학교의 일관된 태도를 교육인적자원부가 수용하여  뒤늦게나마 통합형 논술고사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나섰다. 부디 합당한 기준을 제시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통합형 논술고사 논란의 배후에는 인재선발 및 충원의 방식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작동하고 있다. ‘재능이 있고 노력을 하는 학생이라면 지역, 계층, 가정환경과는 무관하게 엘리트로 충원될 수 있어야 한다’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현재 다음의 두 안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국공립대학 평준화와 같은 이른바 유럽형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주의적 경쟁을 중시하는 미국식 모델이다. 이 양자 모두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문제가 있기에 한국의 교육상황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에 맞추면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더욱 현실적인 혼합형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운찬 총장의 체제 아래에서 서울대학교는 지역균형선발제도, 정원감축, 대학교육내실화 정책 등을 통해서 이런 방향으로 그동안 진지하게 노력해 왔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서울대학교만큼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대학이 있는가? 여당, 정부, 청와대가 단기적인 정치적 득실 계산에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공정한 인재선발정책을 펼칠 마음이 있다면 서울대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서 진지한 이해와 평가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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