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들과 합의 없이 진행되는 방송 당장 중단해야

 

작년 학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연구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몇몇 학우들의 기호에 맞추어 방송을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몇몇 학우들의 기호에 맞춰진 방송을 다수의 학생이 들어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방송연구회는 89년부터 사비를 들여 학내에 25개(현재)의 스피커와 앰프를 설치하였으며, 이를 활용하여 주요 공간에 방송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자신들은 대학언론으로서 편집권과 독립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기조에 맞춰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학생들만이 공유하는 사상이 녹아 있는 방송을 모든 학생이 강제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는 자는 그것을 남용하려는 사람뿐이다. 언론의 자유가 특정 집단의 선전 도구로 쓰이고, 다수 학우들의 생활권을 침해한다면, 자유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다. 방송연구회는 학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열린 가슴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방송연구회가 학우들의 지속적인 의견개진에 대해 폐쇄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분별력이 없기 때문이기보다는 오만 때문이다. 그러한 방송연구회의 오만 때문에 학우들과의 열린 대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우들과의 합의가 없이 진행되는 현재의 방송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할 수 있는 권리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학우들의 ‘선택의 권리’이다. 이것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학우들의 정당한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칼릴 지브란은 우리들 대부분은 말없는 반항과 수다스러운 굴복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로 머뭇거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잃었다. 의지할 것은 우리 자신이며 이제는 방송연구회로부터 그 권리를 스스로 되찾아야 할 때이다. 



안상일 안티방송연구회 재료공학부․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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