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법에 따른 재정 특혜는 문제  vs. 올해 예산 총액 중 정부지원액은 3% 뿐
공공보건의료 역할에 충실하라 vs. 서울대병원은 교육ㆍ연구에 힘써야

◆ 설치법 폐지안-정부 재정지원 ‘특혜’ 논란

강원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국내 10여 개의 국립대 부속 병원은 1991년 제정된 국립대병원설치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 장관이 병원장을 임명하며 교육부, 보건복지부(복지부), 기획예산처의 3급 이상 국장급 공무원이 이사회에 참여한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1977년 제정된 서울대병원ㆍ치과병원설치법(설치법)에 따라 별도의 체계로 운영된다.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병원장을 임명하며 위의 3개 부처 차관이 이사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등 위상이 높다.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이 발의한 설치법 폐지안은 서울대병원의 설립목적과 사업내용 등이 다른 국립대병원과 동일한데도 별개의 설치법으로 인해 재정지원이 집중돼 있는 데서 기인한다. 구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국립대병원 재정지원액 중 서울대병원이 차지한 비율은 2001년과 2002년 각각 80.7%, 73.6%다. 구 의원은 “제도나 재정지원 ‘특혜’만큼 다른 국립대병원과 차별화된 역할을 담당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국가 중앙병원의 역할을 담당해 온 서울대병원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의도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 성명훈 교수(의학과)는 “서울대병원은 서울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공공의료를 주도해왔다”며 설치법 폐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 교수는 재정지원 ‘특혜’ 지적에 대해 “올해 예산에서 정부 재정지원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3%, 설립 이래 총 누적비율은 9%에 불과하다”며 “예산 총액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 큰 액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의 규모를 감안하면 재정지원을 독식한다는 구 의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 복지부 이관-교육ㆍ연구ㆍ진료 vs. 공공보건의료

지금까지 국립대병원은 교육, 연구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국이 관할해왔다. 지난 5월 복지부는 국립대병원을 복지부에서 관리ㆍ감독하고, 국립의료원을 확대ㆍ개편한 국립중앙의료원 산하에 국립대병원을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국립대병원이 교육ㆍ연구ㆍ진료기능이 아닌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에 충실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측은 “국립의료원 산하에 대학 부속 병원이 들어간 사례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데, 이는 교육ㆍ연구기능이 대학병원 본연의 역할이기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일(월) ‘서울대병원 발전 심포지엄’에서 의대 암연구소장 방영주 교수(의학과)는 “황우석 석좌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빛을 볼 수 있었던 까닭은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꾸준히 지원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국립대병원은 교육ㆍ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에 힘쓰고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민간 보건의료기관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국 국립대병원발전추진팀 이중규 사무관은 “국립대병원을 복지부로 이관해 4조3천억원의 재정을 바탕으로 교육ㆍ연구기능도 강화시킬 계획”이라며 “다만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역할도 함께 수행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병원 논란, 서울대 죽이기?

구 의원은 서울대설치령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구 의원은 “부총장을 두도록 돼 있는 사안을 제외하면 서울대설치령은 국립학교설치령과 같다”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서울대의 설치령도 그 존치가 필요한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설치령을 없애고 국립학교설치령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논란이 서울대에 대한 당ㆍ정의 압력이라는 주장도 있다. 성 교수는 “설치법을 없애자는 주장은 서울대를 없애자는 논리와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논란이 정부의 압력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사무관은 “최근 서울대 입시안 논란으로 인해 설치법 폐지, 복지부 이관 방침에 대해서도 교수들이 정부의 압력이라고 추측해 감정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입시안 논란과 설치법 폐지안, 복지부 이관 문제는 전혀 다른 개별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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