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의 끈을 놓지 않았던 최초의 서양화가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로 미술교과서에 실릴 만큼 그 이름은 잘 알려져 있는데 반해 작품 전시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아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던 화가 고희동. 그래서 이번 전시회가 갖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그의 작고 40주기를 맞아 서울대 박물관이 그동안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유족 소장 작품 약 60여점 등을 모았다.


그러나 그는 ‘일제로 전향하는 사람을 보면 불같은 호령을 일갈했다’는 유족의 회고와는 배치되는 오점을 남겼다. 그는 40년 조선남화연맹전람회에 전쟁 동원을 긍정하는 내용의 그림을 출품했고 이로 인해 그의 친일 행적 논란이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번 전시 진행을 맡은 최석원 학예사는 “그러한 논란에 대해 고민했었지만 그 이유로 그의 작품을 놓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 예술가로서의 고희동과 그의 작품을 재조명하고자 전시를 기획했습니다”라며 전시회의 목적을 밝혔다.


전시는 고희동의 작품 세계가 잘 드러나는 세 개의 소주제 <서양화법을 활용한 동양화>,<화필생애 60년-절충적 회화세계>, <전통의 계승>으로 나뉘어져 있다. 소주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화를 도입했지만 동양화의 끈을  결코 놓지 않았다.

<정자관을 쓴 자화상>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로 그 의의가 깊다. 서양의 양식을 따랐지만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 두루마기를 입고 정자관을 쓴 모습 등은 동양적 정신과 민족적 자부심을 잃지 않은 모습을 드러낸다. 애주가로 잘 알려진 그가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에서 합작한 <인물희화>는 인물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표현양식을 보여주어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전통적 소재인 산수를 사실적 묘사와 음영법 등 서양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도 눈에 띈다. 유화의 붓 터치가 드러나는 <춘산람취도>, <설경산수도> 등에서 보이는 동양적 소재와 서양적 기법의 조화는 고희동 회화의 대표적 특징으로 전통과 현대가 맞물리는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의 고뇌를 느끼게 해준다.


그의 호처럼 봄빛을 사랑했던 춘곡(春谷) 고희동. “호약과도 같고 닭의 똥과도 같은 것을 바르는 것을 무엇이라고 배우느냐”고 구박 받았던 최초의 서양화가의 삶이 어떠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개강의 분주함을 잠시 뒤로 하고 예술을 사랑했던 한 화가의 열정에 공감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10일까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